[연예가Y파일] 팬 사인공세가 두려운 H.O.T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35분
작년 연예가의 특징은 유난히 고교생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 그런 10대들 중에서도 선두주자라면 단연 `10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의 약자인 HOT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이 너무 몰려 사인회를 못할 정도인 그들을 두고 일부에선 서태지 이후 최고의 우상이라고 얘기할만큼 그들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만하다. 지난 연말 특집 TV `특종！ 연예시티' 녹화장엔 HOT를 비롯해 영턱스클럽
언타이틀등 96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스타들이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대기실은 초만원. 게다가 겨울방학을 맞아 평소보다 2배는 많이 온 학생 팬들때문에 스튜디오는 정초 역 대합실이 따로 없었다. 그 북새통 속에서도 단연 돋보인 스타는 바로 HOT. 계속해서 몰려드는 팬들의 등쌀에 사인 해주랴, 사진 찍는데 포즈 취해주랴 분장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HOT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이날은 PD 카메라맨등 방송 관계자들의 `배경'을 이용해 들어온 친인척 청소년들이 수십명에 달하고 보니 청탁이 난무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 됐다. "내 친척 조칸데 말야, 방학이라서…. HOT 사인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니 바쁘더라도 사인 한장만 해줘, 응?" 평소의 친분을 빙자(?)해서 평소보다 2배는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탁까지 하는데 아는 처지에 거절도 못하고, 스태프와 HOT의 매니저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한두명도 아니고 한 부대에 가까운 인원들이 몰려와 사인공세를 펴는 탓에 정작 녹화도 들어가기 전에 HOT는 녹초가 돼 버렸다. 보다못한 매니저, "이제부턴 따로따로 사진 못 찍어드립니다. 찍고 싶은 분들은 같이 온 사람끼리 한꺼번에 찍으세요. 먼저 첫번째 팀！" 그때부턴 명절날 기차표 사듯 줄을 서서 한팀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줄 속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 하나 섞여 있었다. `특종！ 연예시티'의 MC이자 HOT의 제작자겸 소속사 대표인 이었다. "얘들아. 바쁜데 정말 미안한데, 여기다 사인 하나씩만 돌아가면서 해주라. 강타야 미안하다. 우혁아, 희준아, 바쁘지." 불과 10개월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고교생들이던 이들을 발굴한 장본인까지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될 정도로 굉장한 스타가 됐으니, 이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든 방학을 맞아 찾아온 친구의 딸 때문에 줄을 서서 일일이 다섯명의 사인을 받고난 뒤 돌아서는 이수만의 마지막 한마디는…. "정말 고맙다. 이렇게 바쁜데. 나도 웬만하면 안 이러겠는데 친구 딸 부탁이라서 말이야. HOT가 뭐 그렇게 좋다고(?)…. 그럼 계속 수고들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