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단란한 호랑이일가 구경오세요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6시 02분
`으헝, 우리는 정다운 호가네.' 호랑이들이 일가족을 이룬 희귀한 모습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동물원은 10일 부모 호랑이인 `징（수컷．7）'과 `하니（암컷．5）', 작년 9월에 태어난 자매 호랑이 `백두'와 `설악'으로 가족을 이룬 `호가（虎家）네 일가'를 처음 선보인다. 혈연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와는 달리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호랑이들이 무리를 이룬 것은 야생에서는 볼수 없는 진귀한 풍경. 호랑이 사회는 새끼가 자라서 2년 정도만 되면 어미의 곁을 떠나 독자적인 행동영역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습성이다. 이번 호가네 가족의 구성에는 짜릿한 러브스토리가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무뚝뚝한 `징'과 애교만점의 `하니'가 신혼방을 꾸미게 된 것은 사육사조차 예상할 수 없었던 일. 예쁜이 `하니'가 온순하지만 인기가 없었던 `징'에게 먼저 프로포즈를 하고 달콤한 신혼생활에 골인했기 때문. 하지만 허니문도 잠깐. 출산으로 인한 3개월여의 별거 이후, 아빠 `징'이 새끼들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엄마 `하니'는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우며 경계태세를 갖추는 등 둘의 관계는 날카로워져만 갔다. 동물원측은 결국 이들 호랑이 부부를 울타리로 갈라놓은 다음 얼굴익히기를 통해 서로의 애정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숨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서로를 원하는 `몸짓'이 강렬해짐을 느낀 사육사들은 합방을 재시도하고, 완전한 동거에 이르게 됐다. 동물원측은 "이번 호가네의 탄생은 호랑이 사회의 기본단위가 `개인'에서 `가족'으로 변할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학계에선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백호사 옆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