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결혼 첫날밤도 시합위해 팀합류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5시 06분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프로축구 K모 선수（29）. 그는 이날 결혼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부를 뒤로 한 채 비행기로 제1회 FA（축구협회）컵 축구대회（11월30일∼12월7일）가 열리는 진주로 날아갔다. K선수는 결혼식 며칠 전 감독에게 "결혼식을 올린 뒤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감독은 "편한 대로 하라"고 했으나 팀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로선 `첫날밤'을 유예하고 팀에 합류했던 것이다. 결국 3일 뒤 소속팀이 FA컵대회 예선에서 탈락한 뒤에야 뒤늦게 `첫날밤'을 치른 그는 "당시 아내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왜 불만이 없겠느냐"며 아직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잦은 원정경기로 가정생활에 절대적인 제약을 받아가며 살 수밖에 없는 프로축구선수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예다. 결혼한 선수들에게는 성생활에도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결혼 6년째인 P모 선수（32）는 "1개월 평균 부부관계 횟수가 2∼3회 정도밖에 되지않는다"고 털어놨다. 일반인 30대 부부의 경우 일주일 평균 2∼3회인 것과 비교하면 4분1밖에 되지않는다. P선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시즌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외출을 할 수밖에 없어 부부생활에 근본적인 제약을 받는다. 그나마 경기에 패한 뒤 집에 갔을 때에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건너뛰기도 해 성생활이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아내가 내 직업을 잘 이해해줘 아직까지 부부간의 성적인 트러블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그는 "어쩌다 한번 아내와 관계를 가질 때에는 최대한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고백했다. 결혼 2년째인 L모 선수（26）는 `섹스 예찬론자'이다. 몸이 찌뿌드드할 때 부부관계를 갖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특히 경기를 앞두고 하는 섹스는 경기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것. 때문에 그에겐 합숙훈련 등으로 1개월에 3∼4차례 밖에 부부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것이 매우 불만이다. L선수는 "어떤 경우에는 2주일 이상 아내와 떨어져 있을 때도 있는데 그때는 성적으로 억압돼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외국처럼 때로는 아내를 숙소에 동반할 수 있는 방안을 구단들이 진지하게 검토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부부사이에 성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난해 한 젊은 부인이 성관계가 적다는 것을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한 사례도 있는 만큼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집에 들르는 날에는 설거지도 해주고 장도 봐주는 등 다른 면에서 세심한 배려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선수들 중 기혼자들은 대부분 L이나 P선수의 경우처럼 극도로 제약된 성생활을 할 수밖에 없지만, 스포츠맨답게 다른 점에서 아내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해줘 성적인 트러블 없이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