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정홍채 (8)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4시 49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천방지축 망아지' 생활을 청산하고 조금씩 얌전해졌다. 장난기가 줄어들었고 대신 보리밭에 누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혼자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늘었다.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는 책도 들여다보기 시작해 중3때는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입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나는 광주에 있는 숭일고에 입학했는데 내 모교가 배출한 유명인사로는 `서편제'의 임권택감독님, 탁구 국가대표 선수 등이 있다.
난생 처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니 외롭고 힘든 때가 많았다. 환경이 낯설어서 그랬는지 성격이 1백80도 바뀌어 나는 완전히 조용하고 착실한 학생이 됐다.
학교간부로 활동할 만큼 모범생이었고 고등학교 3년 동안 한번도 결석하지 않아 개근상도 받았다. 이러니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주위사람들이 "너 어디 아프냐?"하고 물을 수 밖에.
힘들고 우울해질 때마다 나는 운동을 했다. 검도 수영 등 가리지 않고 하다보니 정말 몸매가 좋아졌다. 1m78의 늘씬한 키에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교내 교복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등으로 뽑혀 교복모델로 내 사진이 학교에 크게 걸리기도 했다.
당시 나는 교회에 다녔다. 왜냐하면 나의 성실함에 반해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가 딸을 소개시켜 줬는데 그아이가 교회에 나갔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나는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첫사랑이란
다 실패하는 것일까. 안타까움의 감정만 남긴채 얼마후 헤어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지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돼 있다.
고3이 되면서 나는 진로문제로 고민하게 됐다. 당연히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옛날이라 `미친놈'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한편 유도대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운동을 직업적으로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한마디로 거절했다.
◇90년 `카르멘시타'의 공연 기간중 짬을 내 관광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