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한 생명 잉태하는 정자의 여행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4시 42분
생명의 원천인 정자의 모습은 어떨까.
정자는 흔히 머리, 몸통, 꼬리의 3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아주 오래 전에는 정자의 머리 부분에 아주 작은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모체 속에 들어간 후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현미경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현미경의 등장으로 정자의 실체는 낱낱이 밝혀졌다.
길이 약 50∼60마이크로미터, 무게 1천만분의 16㎎, 운동속도 1분에 약 2.7㎜, 회백색 물질, 밤꽃 향을 내는 전립선의 분비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마이크로미터는 1천분의 1㎜이므로 정자의 길이는 고작 0.05㎜에 지나지 않는다. 무게도 0.0016감마(1감마＝1㎎의 1천분의 1)에 불과해 무게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작다 보니 움직임 또한 엄청나게 느린데, 여성이 극치감을 느낄 때 정자의 운동속도는 좀 더 빨라진다.
일단 여성의 생식기에 진입한 뒤에는 8.4㎝에 이르는 자궁까지의 거리를 27분에, 또 자궁에서 난관까지의 거리인 10.5㎝를 42분에 주파한다.
결국 질에서 난관에 이르는 18.9㎝의 거리를 70여분에 걸쳐 헤쳐나가는 셈이다.
사람에게는 한 뼘에 지나지 않는 거리지만 정자에게는 무려 자기 길이의 3천배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다.
참고로 동물 가운데 정자를 가장 많이 사정하는 동물은 돼지다. 한 번 사정할 때 무려 4백50억개의 정자가 나온다고 한다.
이밖에 당나귀는 1백45억개, 말은 80억개, 개는 15억개, 고양이는 10억개, 원숭이는 7억∼8억개 가량을 사정한다.
그럼, 인간이 한번 사정하는 정자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약 2억∼3억개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정된 정자의 75∼90%는 질 안에서 죽고 나머지만 여성의 생식기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정자는 질안에서 45분∼4시간, 경관안에서는 이틀, 자궁에서는 7∼14일, 난관에서는 2.5일 동안 살 수 있다. 하지만 생리때는 6시간 만에 운동성을 잃어버리고 장렬한 최후를 마친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실체를 알 수 있을 만큼 미미한 정자가 이처럼 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벌이는 과정은 신비와 경이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