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인형전] 많은 화제 남기고 폐막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4시 29분
올망졸망한 인형 작품들로 50, 60년대의 생활상을 아련한 향수로 표현해낸 `이승은 인형전－엄마가 어렸을 적엔…'이 10만6천명이 웃도는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8일 막을 내렸다. 서양화과 출신의 이승은씨가 인형을, 학교 선배인 남편 허헌선씨가 연출과 소품제작을 맡은 이 전시는, 어린이에서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폭넓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겨울의 추위를 녹여냈다. 가족관람객들을 창출해내 가족간의 대화와 사랑이 영그는 문화현장이 되기도 했던 이 전시는, `미술전시는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는 일반론을 꺾고 수많은 에피소드도 남겼다. 흥행이 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출현하는 군밤장수와 솜과자, 어묵장수들이 장사진을 친 것이나, 미술관 주변의 빵집, 켄터키후라이드치킨, 음식점들이 가족단위 손님으로 발디딜틈 없이 성업했던 것도 보통 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작가 이승은씨는 "뜻밖에 너무 많은 분들이 다녀가 이번 전시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특히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관객들이 많았는데, 추위에 오래도록 바깥에 줄서게 해서 너무 죄송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 할아버지는 구멍이 난 양말을 꿰매는 어머니의 모습이 연출된 `어머니의 방' 앞에서 말씀없이 서있다가 "전구를 양말속에 넣고 꿰매봤느냐?"는 질문을 작가에게 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는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또 어떤 관람객들은 어머니가 행상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 앞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런 좋은 구경을 공짜로 시켜줘서 고맙다'며 작가부부에게 귤과 과일을 선물로 가져오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몇번씩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너무 기다려야 하는 통에 보지 못한 관객들도 많아 서울전시가 더 연장되어야한다는 바람도 많았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이승은 인형전'은 오는 24일부터 2월 22일까지 부산시립문화회관(051－625－8130)에서 전시되고, 이후 전국 대도시와 수도권 일대를 순회전시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