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테니스-힝기스] 올해 해낸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4시 06분
`17세 알프스 소녀'가 세계여자테니스의 1인자가 될 것인가. 올해 지구촌 테니스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코트의 새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모니카 셀레스(미국)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작년 1월 세계랭킹 19위에서 출발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상승세를 거듭해 3위까지 뛰어오른채 작년시즌을 마감한 힝기스. 힝기스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동안 이탈리아오픈에서는 그라프를, 96뱅크오브더웨스트클래식대회(미국)서는 셀레스를 각각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세계테니스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비록 그랜드슬램대회의 우승은 일궈내지 못했지만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 투어대회 가운데 96뱅크오브더웨스트클래식과 독일 필더슈타트대회의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테니스계의 `뉴스타'로 떠오른 것. 96년 한해의 왕중왕을 가리는 챔피언십 결승전(11월)서는 근육경련의 고통속에서도 그라프와 마지막 세트까지 접전을 펼치는 투혼을 발휘해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아직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깜찍한 미모에다 운동선수답지 않은 날씬한 몸매, 거기에다 타고난 승부기질. 흡사 70년대의 크리스 에버트를 빼어 닮은 미모와 실력으로 뭇 남성팬들을 사로잡은 힝기스는 에버트가 그랬듯이 10대의 어린 나이에 `천하통일의 신화'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힝기스가 앞으로 넘어야 할 장벽은 그라프와 셀레스, 그리고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 등 `빅 3'. 힝기스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자신한다. 올해부터 적용될 새로운 랭킹시스템이 힝기스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큼 그녀에게 유리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의 성적을 참가횟수로 나눠 단순 평균하는 종전과는 달리 새 시스템은 각 대회에 일정한 점수를 부여해 놓고 한 선수가 한햇동안 여러 대회에 출전해 얻은 총점수를 출전횟수로 나누는 방식. 따라서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대회에 참가하는 힝기스에게는 절대 유리한 반면 체력의 기복이 심하고 부상이 잦은 `빅 3'에게는 당연히 불리하다. 힝기스는 이 랭킹시스템의 시행에 따라 내심으로 그랜드슬램대회까지 석권해 도전받지 않는 세계여자테니스의 챔피언으로 군림하겠다는 야심에 가득차 있다. 이같은 힝기스의 욕심은 작년말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호주오픈을 비롯해 4차례의 그랜드슬램대회에서 그라프를 꺾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자신감의 차원을 넘어 당돌함까지 느끼게 하는 `코트의 신데렐라' 힝기스. 그녀의 다짐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오는 13일 개막될 호주오픈에서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