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때이른 부럼 선풍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56분
"연초부터 왠 부럼."
젊은이들 사이에 때아닌 부럼선풍이 불고 있다.
부럼은 음력 정월 대보름에 일년 내내 부스럼을 앓지 않게 해달라며 까먹던 호두나 밤, 잣, 땅콩 등을 일컫는 것.
그러나 요즘들어 호두를 선물하는 게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호두는 일반 호두와 달리 속에 팬티나 콘돔이 들었다는 게 특징.
팬티나 콘돔이 든 선물을 교환하면서 웃음을 자아내고 아울러 왕성한 성생활 등을 기원한다는 것.
부럼팬티의 경우 나일론으로 돼 있어 착용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패션성이나 코믹함은 일반적인 조크선물을 뺨친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
이선영씨（23．회사원）는 "남자친구가 호두를 건네길래 까보니 안에 줄팬티가 들어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이 무슨 장난이냐 하고 얼굴을 붉혔지만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부럼팬티와 콘돔은 인스턴트 커플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의 필수품처럼 돼 버린 것도 사실.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서 부럼을 건네는 것을 빌미로 부킹을 시도하는가 하면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과 합석한 뒤 서로가 부럼을 까며 `애프터'를 약속하기도 한다.
이현수군（20．J대 1년）은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한 여자와 힘들여 부럼을 까게 되면 대부분 정이 들게 마련"이라면서 "친구들 사이에선 부럼 팬티와 콘돔을 여러개씩 갖고 밤거리로 나서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럼팬티와 콘돔은 첫만남에서의 어색함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실용성 또한 만점이라는 게 이군의 얘기.
사정이 이쯤에 이르면서 가격이 7천원 내외인 부럼팬티와 콘돔이 성인용품 섹스숍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성인용품 전문취급업체인 고려물산의 안옥현 상무는 "부럼 팬티와 콘돔이 젊은이들의 연말연시 선물로 각광을 받으면서 지금은 없어서 못팔 정도"라며 "공주병과 왕자병을 말해주듯 여성에게는 핑크빛 팬티가
인기를 끄는 반면 남자들에게는 하얀 줄팬티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