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전생이야기] 생명의 힘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12분
언젠가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영혼의 세계'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 프로에서는 내림굿, 신앙치료 등 여러 방면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자들이 그런 방식을 통해 좋아진다'는 씨의 세련된 멘트였다. 신병에 걸린 사람들이 내림굿을 받아 신을 모시면 신병이 좋아지고, 신을 버리면 다시 병이 생긴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나 또한 그런 무속인들을 직접 만나봤는데 그들이 현재 건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한 소녀 보살은 신기(神氣) 때문에 여러 내과병원, 원 등을 전전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결국 신을 모신 다음에야 좋아졌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 며칠 밤을 자지 않고 굿을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상당한 성숙함마저 느껴졌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불가사의한 것은 불가사의한 것으로 남겨두자고 했지만, 꼭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현대 의학이나 과학은 아직 귀신이나 전생을 증명할 수준까지는 못왔다고 해도, 그걸 상상해서 가설을 제시하는 수준에는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때 그들이 좋아진 것은 바로 무의식의 깊은 에너지를 의식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나는 의식은 삶이고 무의식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의식이 한번 태어났다가 지고마는 삶이라면 무의식은 영원히 연결되고 이어지는 생명인 것이다.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연결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무의식에는 태초의 원형 생물에서부터 바닷속의 물고기, 그 물고기가 육지로 올라와서 동물이 되고 결국에는 유인원, 인간으로 진화하기까지의 수많은 체험이 저장돼 있을 것이다. 그 엄청난 생명의 체험은 우리 유전자에 응축돼 있고 우리의 잠재 능력으로 보존돼 있겠지만, 그 에너지를 항상 자유자재로 꺼내 쓸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눈앞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이 생명의 에너지를 불가피하게 끌어쓸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신을 모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생명의 에너지를 끌어 쓰면 그만큼 또 생명을 위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인생이 고달프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그만 두면 생명과의 연결 또한 끊어지니 삶이 허약해지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어떤 만신은 다음 생에 태어나면 평범한 주부로 살고 싶다고 소망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