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형 대추적] 피라미드 영혼 메세지(3)_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08분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나일강을 바라보면서 나는 수천년 동안 빛나는 문명을 일궈 놓았던 사람들의 내세관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피라미드를 쌓아올렸던 고대 사람들은 늙거나 병들어 죽는 것을 삶의 끝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통과 의식'으로 여겼을 것이다. 현세에선 비록 어렵고 힘들게 살지만, 사후 세계에선 원하던 영화를 누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피라미드도 쌓고 죽은 사람을 미라로 오래 보존했을 것이다. 고대 인들은 살아서는 흙으로 만든 토담집을 지었으나, 사후에는 돌로만든 무덤에 묻혔다. 그들은 누구나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으며, 육체는 없어져도 영혼은 살아남아 밤이 되면 무덤의 석관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영혼과 수호신이 함께 해야 한다고 여겼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려 했던 것이다. 대피라미드 축조도 마찬가지 이치.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한정된 삶을 영원히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명이 동원되는 조직적인 힘을 이용했을 것이다. 고대 인들은 피라미드 속에다 어떤 비밀을 숨겨놓았을까? 고차원의 피라미드 신비를 풀기 위해서 지금까지 많은 고고학자와 탐험가들이 삼각형의 퍼즐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불가사의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피라미드의 메시지에 접근하기 전에 나는 우선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역사 유적지부터 훑어보았다. 나일강과 왕조, 그리고 피라미드는 불가분의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일강은 좁고 긴 협곡(캐니언)과 황량한 사막을 좌우로 두고 북쪽으로 흘러, 델타평원을 거쳐 지중해로 빠져나간다. 이 나일강을 따라 고대 는 북쪽의 `하 '와 남쪽의 `상 '로 구분돼 강력한 왕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상는 상아 보석 나무 향 그리고 노예를 팔고사는 무역항으로 발전했으며, 하는 습지를 농토로 바꿔 농업을 위주로 살았다. 당시 상의 수도는 독수리의 신 네케베트의 보호를 받던 `네케브'였고, 하의 중심지는 코브라의 신 에조에 의해 보호를 받던 델타지역의 `페'였다. 기원전 3100년 무렵 두개의 는 하나로 통일됐다. 아라비아와의 무역으로 풍요로워진 상에서 강력한 지도자 메네스가 등장해 하를 정복, 최초의 통일 왕국을 이룩한 것이다. 통일국가를 만든 메네스는 새로운 수도를 멤피스로 정했다. 지금의 멤피스는 당시의 웅장했던 성곽이나 유적들이 사라져 초라해보였으나, 왕 메네스의 강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전지전능했던 절대권력의 소유자 메네스는 다리 잘린 석상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정열에 불타는 정복자임을 표현해주듯 그 석상은 웅장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메네스의 눈에선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같았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보다 가까이 접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