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섹스, 쿠테타 그리고 배신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03분
통치자가 자리를 오래 지키려면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많이 해야 한다. 권력의 다툼이 있는 세계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사파리를 장악한 백골파 두목 알렉산더는 통치자의 덕목을 지키기는 커녕 권력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암컷 13마리 가운데 10마리를 독점하는가 하면 식사시간에도 가장 맛있는 것은 누구도 입을 댈 수 없도록 했다. 14살의 늙은 나이를 의식해 마지막 순간까지 쾌락을 즐기려는 듯했다. 더구나 암사자들이 발정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유혹하자 알렉산더는 숨돌릴 틈조차 없었다. 하루 60번 이상 사정을 하는 날도 많았다. 아무리 10초 섹스지만 거의 하루내내 애첩들 등위에서 산 셈이다. 알렉산더만 탐닉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알렉산더의 경호를 맡고 있는 백골파의 행동대장 꺽쇠를 비롯한 조직원 모두 공동으로 하사받은 3마리 암사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암사자의 발정기는 보통 1주일 동안 지속된다. 발정기가 되면 암사자들은 번식이라는 본능에 따라 병적으로 보일 만큼 수사자를 맞아들인다. 특히 사파리를 지배하고 있는 백골파의 눈을 피해 네로 같은 `제비사자'와도 감쪽같이 바람을 피우는 로니 같은 암사자는 발정기 동안 거의 먹지도 않은 채 수사자를 뒤에 태우고 산다. 물론 평소에도 수사자에게 몸의 일부를 내주기도 하지만 발정기 때는 요조숙녀 같던 리리나 `플레이걸'로 소문난 로니를 비롯한 모든 암사자들이 홍등가의 `섹시녀'처럼 수사자들을 태우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조직원 몫으로 배당된 로니는 백골파 11마리를 도맡아 상대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런 로니를 보고 사육사들은 "팬티를 입을 시간도 없겠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두목 알렉산더부터 말단 조직원에 이르기까지 백골파 모두가 암내에 취해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뿌드득 가는 사자가 있었다. 지난 봄 쿠데타에 실패한 털보파 두목 빠삐용이었다. 빠삐용은 쿠데타에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자신이 조직원들과 함께 질펀하게 놀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땅을 칠 노릇이었다. 백골파의 섹스파티를 부러워하는 것은 비단 빠삐용 뿐만이 아니었다. 백골파, 털보파와 함께 사파리 3대 패밀리를 이루는 해골파 보스 용팔이었다. 빠삐용이 쿠데타에 실패한 뒤 의기소침해진 것과 달리 용팔이는 신흥세력의 보스답게 제법 거들먹거리며 사파리를 돌아다녔다. 용팔이는 특히 봄이 지나면서 부쩍 자라나 수사자 특유의 갈귀가 알렉산더에 못지 않게 보기 좋아졌고, 목덜미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근육선은 힘이 넘쳐보였다. 또 사자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5살이라는 나이 또한 용팔이의 패기와 투지를 부추겼다. 용팔이는 아직 알렉산더에게 정식 도전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사파리에 한바탕 돌풍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