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좀타자족] 주택가 출근길 젊은 여성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4시 41분
"야 좀 태워줄래." 북한에 있다는 `야좀타자족'이 남한에도 등장했다. `야좀타자족'이란 교포나 당간부의 자제들이 몰고다니는 외제 고급승용차가 지나가면 한번 타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가선다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 이런 북한의 `야좀타자족'을 방불케 하는 신세대 여성들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남한의 주택가에 속속 `출현'하고 있다. 출근때 추위에 떨며 버스나 택시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대신에 주택가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다 주위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는 승용차를 세워 대범하게 `태워달라'고 하는 `야좀타자족'들이 늘고 있는 것. 이는 하룻밤 풋사랑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는 `나타족'과는 달리 주로 출근때 `동승'을 요구하는 게 특징으로 일종의 `카풀족'. 황성규씨（32·공무원）는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서는데 한 여자가 손을 흔들길래 섰더니 `지하철역까지만 태워다 달라'고 해 태워줬다"면서 "요즘은 아예 출근을 할 때 골목길에서 시선이 마주치는 여자에게 타라고 하면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탄다"고 말했다. 이런 `야좀타자족'은 특히 조금만 눈이 와도 길바닥이 얼어붙어 하이힐을 신고서는 내려가기가 결코 쉽지 않은 주택가 언덕빼기에서는 일반화된 현상. 허윤정씨（25·여·회사원）는 "출근할 때 비탈길에 눈이라도 와 얼어붙으면 걸어내려가기가 고통"이라면서 "요즘은 지나는 차를 세워 동승을 하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동네사람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대화도 쉽게 풀려 어색하지도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야좀타자족'들의 타깃은 남자가 혼자 모는 승용차가 대부분으로 고급차일수록 대접받는 게 사실. 이는 고급차일수록 운전자의 매너가 좋다는 믿음과 이왕이면 한번쯤 `공주기분'도 내볼 수 있기 때문으로 세차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거나 소형차인 경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 이런 `야좀타자족'들을 태우는 운전자들 역시 교통체증으로 지루하기만 한 출근길을 `미녀'와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다 `애프터'에 대한 꿈도 꿀 수 있어 환영일색이다. 또 멋진 차림의 미녀일수록 각광을 받아 `야좀타자족'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멋내기 경쟁도 벌어지고 있는 상태이며 싱글드라이버들 역시 궂은 날씨에도 세차와 자동차 치장에 여념이 없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