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사령탑] 영광의 가시밭길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4시 23분
한국축구의 대표팀 감독은 영광과 좌절을 함께 하는 자리다. 1백년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4회로 지금까지 4명의 사령탑이 월드컵사를 만들어 왔다. 이제 98년 프랑스대회를 앞두고 그 다섯번째 장을 열 사령탑을 맞는다. 월드컵 사령탑은 더할 수 없는 영광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또한 바늘방석이요 가시밭이다. 이같은 현실은 초대 월드컵팀 감독인 김용식씨（작고）부터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54년 제6회 스위스월드컵.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무대를 밟은 기념비적인 대회였지만 전적은 처참했다. 에 0대9, 에 0대7. 두 경기서 무려 16골을 잃었다. 감독이 당했을 온갖 질시와 수모는 불을 보듯 훤한 일. 32년만의 본선진출을 위해 분투하던 문정식씨도 운명의 화살을 피하지는 못했다. 제13회 멕시코대회를 향해 아시아 예선에 뛰어든 문감독은 1차예선 두번째 경기서 말레이시아에 0대1로 패하면서 곧바로 물러났다. 코치로 있다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씨（현 협회전무이사）는 최종예선서 일본을 연파하고 마침내 멕시코 고원에 입성, 와 1대1로 비기는 등 선전을 펼쳤으나 결국 예선탈락했다. 와 이탈리아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회연속 본선진출의 꿈을 이룬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회택 감독（현 축구부장） 역시 전패라는 멍에를 쓴채 주저앉았다. 16강 진입을 외쳤던 94년 미국대회.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서 전권을 부여받은 김 호 감독（현 삼성감독）은 조금 달랐다. 스페인과의 첫경기서 극적인 2대2 무승부를 일구며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와의 2차전에선 0대0의 아쉬운 무승부. 하지만 역대 도전사에서 승점 2를 따내기는 처음으로 한국축구의 진일보를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그러나 마지막 독일（2대3,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 역시 패장으로 남고 말았다. 월드컵 사령탑에 올라 웃어본 감독은 단 한명도 없다. 그래도 누군가가 또 프랑스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그 운명의 지휘봉은 박종환 감독이나 차범근 전 현대감독 중 하나가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