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협회는 지금 동면중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4시 18분

◇…대한축구협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댄 새해 첫주였습니다. 축구계 최대의 현안인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은 정신을 잃은 모습이더군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일 기술위원회（위원장 박경화）를 소집해 대표팀 감독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위원회는 오전 11시부터 무려 3시간20여분 동안 난상토론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감독 선임 사상 처음으로 박종환－차범근 2인 복수추천이란 기상천외한 해법（?）으로 결정권을 이사회에 떠넘겼습니다. 이처럼 기술위원회가 권리를 포기하고 직무를 유기한 것은 보신주의와 무사 안일주의 탓입니다. 위원들은 이번 회의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굳이 시끄러운 문제를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던게죠. ◇…그런데도 대한축구협회는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한채 그동안 "기술위원회에서 감독을 선임한다"며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차범근씨와 니폼니시 감독이 최종 후보에 올라올 것으로 점쳤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박종환 감독에 대한 동정론이 초반부터 강력히 대두됐답니다. 일부 기술위원들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입장에서 지난해 12월 아시안컵에서의 참패를 선수들의 컨디션 탓으로 돌리며 감독교체를 반대한 것이죠. 이들은 박감독 유임 당위성으로 지난해 5월 AC 이나 와의 친선경기 승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 팀들이 유람을 겸한탓에 베트남국가대표팀에도 진것이 감안돼야 하고 박감독이 7차례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지적되지 않아 목적을 위한 주장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습니다. 사실 박감독은 이날 기술위원회 직후 "마지막으로 부탁하자. 한번 밀어달라"며 이사들에게 전화를 했다는군요. ◇…이날 걸작（?）은 박경화 위원장의 `복수 추천'변이었습니다. 박위원장은 "대학총장이나 교수, 심지어 중－고등학교 교사까지 복수 추천하는 세상인데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느냐"며 감독선임을 못한 당위성을 역설했답니다. ◇…부천 은 대표팀 감독 노이로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은 그동안 니폼니시감독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각돼 내심 고민을 해왔으나 이날 기술위원회에서 이름이 빠졌던 것이죠. 은 그동안 매스컴에 니폼니시 감독이 오르내릴때 마다 월드컵 사령탑이란 국가적인 명분을 거역할 수 없어 고민에 고민을 해왔답니다. 아무튼 은 7일부터 재개된 훈련이 문제없이 진행돼 다행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경선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정중동（靜中動）'이라고나 할까요. 처음엔 `축축모（축구발전을 위한 축구인들의 모임）'의 경선주장에 대해 코웃음을 치던 현 집행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에 따라 집행부측은 회장사인 차원에서 이번 일에 대응키로 하고 본격적인 대의원 확보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입니다. 축축모 역시 나름대로 지방 대의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세（勢）를 확대해나가 바야흐로 분위기는 경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벌써부터 `축축모가 몇표를 확보했다'는 등의 루머와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오기 시작해 자칫 분위기가 혼탁해질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천안 일화의 새 사령탑인 레네 감독이 보통 깐깐하지가 않다면서요. ◇…엄하기도 무척 엄하지만 뭉그적거리는 꼴을 못보는 스타일이라 식사시간이나 훈련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불호령이 떨어진답니다. 특히 훈련이 불가능한 부상선수들 조차 훈련시간에 맞춰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어쨌든 선수들은 `임자' 만난 셈입니다. 레네 감독이 파격적으로 선수들에게 1개월의 기나긴 동계휴가를 준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일화에 새로 온 스태넌 GK코치가 전남 허정무 감독과 같은팀에서 뛴 적이 있다는군요. 허감독이 네덜란드리그 PSV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다 귀국직전 에서 1년간 뛴 적이 있는데 그때 허감독과 함께 뛰었답니다. 스태넌코치는 "융무（허정무）는 스트라이커였고 나는 수비수였다"면서 "융무는 정말 굉장한 선수였다"고 회고하더군요. ◇…부산 대우선수들이 혹독한 신정 연휴를 보냈다면서요. ◇…신임 이차만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 모두 연휴를 반납한채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려야 했던 것이지요. 9개구단중 유일하게 연말과 신정휴가가 일절 없는 강행군이었는데 처음에는 선수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막상 그라운드에서 이감독의 결의에 찬 표정을 보고는 단 한마디의 불평도 할 수 없었답니다. 더욱이 `선수들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한다'는 장외룡 코치가 계속 다그쳐대자 일부 선수들은 "이제 올 것이 진짜 왔다"고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답니다. ◇…전남 드래곤즈 전선수들이 5일 오전 6시에 백운산 등정에 올랐습니다. 신년을 깨끗한 마음에서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전날 수련원에 들어가 간단한 정신교육을 받고 이날 새벽 산에 오른 선수단은 때마침 내린 폭설로 눈이 무릎까지 쌓여 고생을 했다는 군요. 이날 모두 운동화를 착용하고 가벼운 산행을 계획한 선수들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에 잠깐 기가 질리기도 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눈썰매를 타다시피 내려와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산행을 추진했던 조병욱 단장은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선수들 못지않게 산을 타 "과연 강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