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관] 무대뒤에 도사린 '주연급' ♣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4시 16분
96년 12월4일 호주행 에어 항공기 내. 기체가 수평고도를 유지할 무렵, 금발의 백인들 틈에 앉아있던 작달막한 한국인 청년이 울상이 된 채 화장실로 급히 뛰어갔다. 처음 타 본 비행기. 그는 착륙할 때까지 멀미로 인해 9시간동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황성관（23）. 대구고→를 거쳐 삼성 1차지명으로 입단한 왼손잡이 외야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무섭게 `15인 특공대'로 불린 호주 전지훈련에 참가한 `촌놈' 황성관의 프로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호주에 도착, 그라운드에 나선 황성관은 더이상 멀미에 찌든 눈빛이 아니었다. 1백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 날카로운 배팅, 신인답지 않은 넓은 수비범위, 뛰어난 야구센스, 그리고 불같은 정신력. 황성관은 거칠 것 없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외야 백업요원 혹은 대주자 정도라도 잘해주면 대만족"이라던 코칭스태프는 내심 `굴러온 호박'에 흐뭇해했다. 감독은 "（황）성관이는 재능이 많은데다 프로의 생명인 악바리 근성까지 갖췄다. 올시즌 삼성의 2번타자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 옥산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야구를 시작한 황성관은 흔한 청소년 대표 경력조차 없는 `무명씨'. 계약금은 1억3천만원으로 8개구단 1차지명 신인들중 가장 적다. 하지만 이문한 스카우트는 황성관을 데려오기 위해 5억원짜리 이상의 정성을 들였다. 작년 8월 백호기대회때 황성관을 본 후 홀딱 반해버린 이스카우트는 당시 장석희와 조유신을 놓고 저울질하던 구단에 "시즌 초반부터 깜짝 놀라게 할 엄청난 선수다. 한번만 믿어달라"며 적극 추천한 것. 결국 황성관은 국가대표 출신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삼성에 입단하는 행운을 누렸다. `제2의 '을 꿈꾸는 `악바리' 황성관의 올시즌 목표는 신인왕과 전경기 출전. "신인왕만큼은 다른 동기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촌놈' 황성관의 97시즌은 벌써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