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섹스,쿠데타 그리고 배신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3시 58분
이른 아침 아파트를 나온 `백골파' 두목 알렉산더의 오줌발은 유난히 세찼다. 꼬리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사파리를 돌아다니며 나무마다 바위마다 골고루 오줌을 뿌리는 의식은 절대권력을 쥔 알렉산더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알렉산더가 `여기는 내 땅'이라는 시위를 하는 동안 행동대장 꺽쇠, 비서실장 뚝심 등 조직원 11마리가 보스의 뒤를 따랐다. 사파리의 사자들은 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피에는 타고난 야생 본능이 고스란히 남아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대로 살아가고 있다. 76년 국내 최초로 사파리가 개장한 뒤 사파리의 왕을 둘러싼 암투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알렉산더는 사자들처럼 오줌으로 자신의 파워를 뽐내는 의식을 계속했다. 사자는 사회적 위치에 따라 오줌싸는 모양도 다르다. 알렉산더처럼 최강자는 물총을 쏘듯 2∼3m씩 1백여번을 싸지만 힘이 없거나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사자는 짧게 생리현상을 겨우 해결한다. 사파리의 최대, 최강을 자랑하는 백골파 보스 알렉산더가 이날따라 유난히 `오줌 시위'를 하는 까닭은 지난 봄 쿠데타를 진압한 뒤 자신의 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알렉산더의 나이는 무려 14살. 사자의 전성기가 5∼8살인 것을 감안하면 노쇠기에 들어선지 오래지만 알렉산더는 타고난 지략과 백전노장의 전투경험으로 해마다 일어나는 젊은 사자들의 쿠데타를 제압해왔다. 그러나 지난 봄은 확실히 힘겨웠다. 힘만으로만 치면 사파리 으뜸인 `털보파' 두목 빠삐용(7살)이 젊은 행동대원을 이끌고 알렉산더를 습격한 사건은 사파리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사건이었다. 알렉산더가 이끄는 백골파는 털보파를 제압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략이 뛰어난 비서실장 뚝심을 비롯해 조직원 5마리가 부상을 했다. 특히 뚝심은 목덜미와 허벅지를 물려 몇달동안 절룩거려야 했다. 젊은 사자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원인은 순전히 암사자 때문이었다. 알렉산더를 비롯한 백골파가 암사자를 독점하는 데 대해 피끓는 욕망을 지닌 젊은 사자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가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마음껏 섹스를 즐길 수 있는 특권을 향유하려는 노력이었다. 며칠전 알렉산더가 자신의 애첩 리리를 겁탈하려던 라보를 피투성이로 만든 것도 빠삐용 등 신흥세력에 자신의 건재를 알려 감히 재도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경고였다. 그러나 알렉산더의 린치는 쇠망하는 백골파의 마지막 안간힘이었다. 말기에 접어든 독재정권일수록 철권통치로 국민을 탄압하는 경찰국가로 치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골파 멸망의 징후는 두목인 알렉산더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