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호랑이] 아랫목 쟁탈전
기사입력 1997년 01월 06일 15시 12분
사자와 호랑이가 `아랫목 다툼'에 한창이다. 동물의 왕을 다투는 영원한 맞수인 이들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괴롭기는 마찬가지. 사자와 호랑이가 함께 사는 용인 에서는 이들을 위해 사파리 네곳에 전기 열선을 깔아놓았지만 관람객을 위해 마당에 나온 사자와 호랑이가 모두 눕기에는 모자란 형편. 93년 세계 처음으로 한 곳에 모여 살며 `한지붕 두가족'이 된 뒤 끊임없이 주도권 쟁탈전을 펼쳐온 이들은 올겨울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자 아랫목이라는 `이권'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추위에 적응이 덜 된 사자는 아랫목이 더 절실하다. 그러나 호랑이도 추위가 싫어 가끔씩 몸싸움을 벌인다. 아랫목을 둘러싼 다툼은 사자끼리도 치열하다. 현재 사파리에서 최대 패밀리인 `백골파'는 보스 포철을 중심으로 그래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만, 다른 군소 파벌은 눈치를 살피며 아랫목 주위를 맴돌게 마련이다. 또 아랫목은 다섯마리씩 눕게 돼있는데 같은 패거리끼리 모이다 보면 정원을 초과, 어떤 사자는 몸 일부만 끄트머리에 겨우 댄 채 있기도 하고, 뒤늦게 온 사자는 다른 사자들 사이로 파고 들다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사육사들은 아랫목 싸움이 피를 부르는 혈전이 되는 것에 대비해 폐쇄회로 TV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하는 한편 급작스런 싸움을 말리기 위해 지프를 사파리 안에 고정 배치시켜 두고 있다. 또 평소 사이가 나쁜 동물끼리는 함께 사파리에 내놓지 않고 격리 수용을 시키기도 하며, 몸이 아프거나 약한 동물은 아예 아파트에서 살도록 한다. 그러나 북극곰은 강추위에 살맛이 났다. 영하 37도까지 내려가는 등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닥친 유럽지역 동물원에서 펭귄과 북극곰 등 겨울 동물들이 우리 안으로 피신한 것과 달리, 북극곰은 제 세상을 만났다.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는가 하면 물이 잔뜩 묻은 몸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의 정취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동물기획팀 심종택 팀장은 "맹수끼리의 싸움을 막기 위해 사파리에 내놓을 동물을 고르느라 평소의 관계를 참작하고 있다"며 "먹이도 고단백 식품을 줘 추위를 이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