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전파낭비 경쟁적 몽골특집
기사입력 1997년 01월 06일 15시 05분
표절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SBS 등 공중파 3사가 97년 특집으로 `몽고 특집'을 나란히 준비하고 있어 기획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경쟁사가 비슷한 소재를 기획, 방영하는게 딱히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파낭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연말, SBS는 97년 10대 기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문화대탐사 다큐멘터리 6부작 `리안 루트를 가다'를 먼저 터뜨렸다. 알타이 산맥과 바이칼호에서 시작해 베링해를 거쳐 에 이르는 이른바 `리안 루트'를 따라가는 기획이다. SBS는 1월 중으로 현장답사를 거쳐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뒤 창사 7주년을 전후한 오는 11월쯤 방송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도 지난 연말, SBS의 발표가 있은 뒤 이내 97년 10대 기획가운데 `리안 루트'라는 비슷한 이름의 기획을 발표했다. 97년부터 제작해서 최소 1편 정도는 올해안으로 방영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제작실무자나 원고집필, 탐사계획 등 사전준비가 안된 상태다. 이와 함께 도 올해안으로 자료조사를 마치고 98년에 방송한다는 기획아래 `몽고반점을 찾아서'를 가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외견상 방송 3사의 `몽고 기획'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이상야릇한 의문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민족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대명제아래 방송 3사가 기획한 것이 민족의 자긍심을 살려주는 굿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 기획으로 인한 전파의 비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비난의 여지는 여전히 남게 됐다. 자료적인 가치를 따지기 전에 수억원대의 제작비가 비슷한 곳에 쓰인다는 것 또한 상대를 깔아뭉개려는 `초치기 작전'의 일환일 수도 있다. 어느 방송사가 먼저 기획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우리가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보면 정보 스파이전이 이미 시작됐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모처럼만에 반짝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방송 3사의 진흙밭 싸움에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