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정흥채 (5)
기사입력 1997년 01월 06일 14시 41분
나는 왜 연기를 하게 됐을까?
가끔씩 `당신은 왜 연기자가 됐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타고난 것 같다"고 대답한다.
사실 모든 연기자는 선천적인, 주체할 수 없는 어떤 힘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내 경우만 보면 그런 것 같다.
내가 연극무대에 데뷔한 때가 지난 87년. 사실 그 이전까지 나는 특별한 연기경험이 없었다. 이렇게 `완전초보'였지만 연극무대가 별로 낯설지 않았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돼 갔다. 이렇게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하나마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항상 내 혈관을 통해 흘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어린시절의 `예비 징후'를 살펴보자면 내가 역할이 설정된 놀이를
즐겨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친구들과 고향(전남 영암)의 들판을 쏘다니며 놀았는데 특히
`전쟁놀이'를 좋아했다. `전쟁놀이'란 남자들은 대부분 해봤겠지만
`나는 장군, 너는 참모, 너는 부하'식으로 편을 짜 신나게 싸우는 것이다.
전쟁놀이가 싫증이 나면 당시 TV와 책을 통해 감명깊게 읽었던 `타잔'을 본따
`타잔놀이'를 했다. 밀림속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타잔이 된 듯한 기분으로 들판을
뛰놀며 마음껏 땀을 흘리는 것이다.
내 역할은 당연히 장군 아니면 타잔이었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이미 덩치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이렇게 주인공을 주로 맡았지만 나중에 진짜 배우가 돼 연극무대에
섰을 때는 거의 주인공을 맡지 못했다.
이렇게 조연만을 하다 임꺽정이라는 큰 역할이 내게 떨어졌으니 당시
기쁨과 부담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