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우] 하반신 장애 17세 소설가
기사입력 1997년 01월 06일 14시 28분
17세 소년이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 소년작가의 공식학력은 중학교 2학년 중퇴. 게다가 선천성 하반신 지체장애라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입지'했으니 더욱 놀랍다. 데뷔소설도 2천장 분량의 호흡 긴 장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80년 6월9일생, 김근우군.
김군은 최근 `바람의 마도사'(무당미디어)라는 판타지 소설 3권을 펴냈다. 2월중 3권을 더 내고 6권으로 완결할 예정.
이 소설은 한 조숙한 소년이 마음껏 펼쳐본 환상과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과 정령, 마법과 전설이 고스란히 살아숨쉬는 상상의 세계 구스레이아대륙의
테리스왕국이 소설의 무대.
이곳을 배경으로 마법의 천재인 주인공 라니안과 젊은이들의 모험과 사랑,
우정과 의리가 그려진다. 특히 불의와 혼돈에 맞서 싸우는 영웅담과 모험담이
흥미진진.
김군이 소설은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초, 그러니까 만 16세 때였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소설은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컴퓨터였다.
"대입시 공부를 하고 있는 재수생 형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컴퓨터를 사줬습니다. 컴퓨터를 친구삼아 놀다 자판기를 두드려 소설을
써 통신망인 에 올리기 시작했죠."
지난해 9월말까지 4개월이 채 안되는 동안 김군은 무려 2천장 분량의
`바람의 마도사'를 통신망에 올렸다. 조회수가 엄청났다. 조회수 1천수백건을
올린 적도 있을 정도.
소설을 눈여겨보던 누군가가 출판사에 귀띔해줬고 출판사는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읽어나 보자"는 기분으로 작품을 읽었다. 그게 지난해 7월.
원고를 훑어보던 출판사 직원은 깜짝 놀랐다.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재기발랄한 작품이었던 것.
작가를 만난 직원은 또한번 깜짝 놀라야 했다. 작가가 여드름 투성이의
홍안 소년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김군은 어른들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자평한다.
"구성이나 전개방법은 좀 미숙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정말 재미있어요.
재미 하나는 보증합니다."
신체장애 때문에 중학교를 다니다 포기한 김군은 소설 쓰기와 함께 검정고시도
함께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고검에 합격했고, 지금은
공부를 하고 있는 중.
책이 나오자 김군보다 더 기뻐한 사람들은 공무원인 아버지 호원씨(51)와
어머니,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형이었다.
이 어린 소설가는 요즘 다시 통신망에 `광검(狂劍)'이라는 작품을 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