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꿈이 있어서 좋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4일 14시 01분
한화 （29）의 눈빛이 달라졌다. 불과 한달전에 총각딱지를 뗀 덕분에 집들이하랴 인사다니랴 분주한 연말을 보냈지만 마음가짐은 훈련생 시절의 독기로 가득찼다. 환경변화가 큰 작용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만 돌봐도 되는 총각시절과 달리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달라진 신분만으로 의 `훈련생 회귀'를 설명할 수 없다.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이유가 을 거듭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은 지난 91, 92년 연거푸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부인할 수 없는 간판타자로 우뚝 솟았다. 더욱이 작년에는 타자 첫 1억원 연봉을 받아내면서 `인간승리'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은 작년을 계기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른쪽 팔꿈치 수술의 후유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국한시키기에는 부진의 터널은 너무나 길었다. 그를 필요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벤치를 지키고 있었고 타석에 들어서도 무기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성기 시절의 빨랫줄 타구는 온데간데 없이 밋밋해 더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호주 전지훈련중 갑작스런 부친상으로 울적해진 마음이 부상후유증과 맞물리면서 타격폼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던 것이다. 90경기에 출전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2할6푼6리. 자존심은 있는대로 깎였고 마음은 쥐구멍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올시즌 "야구에 미쳐볼 작정"이라고 단언하게 된 배경인 셈이다. 은 건재의 기준을 5년만의 홈런왕 복귀와 전경기 출전으로 꼽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사로잡을 때 팬들로부터 `역시'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