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음악으로 표현한 네모투성이 세상
기사입력 1997년 01월 04일 13시 50분
그룹 화이트(W.H.I.T.E.)의 신곡 `네모의 꿈'은 재기발랄하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산뜻한 뮤지컬 분위기의 이 노래를 듣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사물이 네모투성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일견 `세상을 둥글게 살자'는 취지의 건전가요인 듯 싶지만 작품자 유영석의 설명은 의미심장하다. "지구 정복의 야욕을 불태우는 네모꼴 외계인이 지구로 계속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다. 훗날 이들이 지구를 점령했을 때를 대비해 인간에게 네모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과대망상으로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그럴싸한 네모의 꿈이다. 지난 94년 그룹 푸른하늘의 리더 유영석과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기형이 뜻을 합친 화이트는 그간 월트 만화 삽입곡을 연상케하는 뮤지컬적 음악을 선보이며 화이트만의 노래색깔을 만들어왔다. `화이트' `말할 걸 그랬지'(1집), `7년간의 사랑' `사랑 그대로의 사랑'(2집)에 이어 14개월만에 선보인 이번 세번째 앨범에서는 나이를 먹어가며 잃어버린 꿈 희망 공상을 뮤지컬 발라드 록 댄스 등의 다양한 장르에 담았다. 낯선 사람들과 여행스케치가 코러스를 맡아 풍부한 화음을 들려주고 있으며 가수 권오신 홍기복이 객원으로 참여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앨범에 생기를 넣고 있다. 독창적인 노랫말로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네모의 꿈' 외에 섬세한 스트링 선율이 아름다운 `소녀', 7분짜리 대곡 `모두의 미래를 위해' 등이 화이트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곡. 방송활동보다는 라이브무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화이트는 오는 14일부터 엿새동안 연강홀에서 콘서트를 갖고 예전 푸른하늘때부터의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