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1]
기사입력 1996년 10월 08일 14시 53분
## 감독 "3번 안참길 잘했지"○…'참을 인(忍)이 세개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지만 끝내 세번째는 참지 못했다. 쌍방울 감독은 7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마친뒤 놀란 가슴을 한참이나 쓸어내렸다. 워낙 극적으로 이긴 탓도 있겠지만 승리의 주역이 다름아닌 박철우(32)였기 때문이다. "만약 세번째도 참았더라면…." 감독과 박철우의 `참을 인(忍)' 사연은 이렇다. 원래 박철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할 처지였다. 감독은 잦은 부상과 나이 때문에 올시즌 팀 공헌도가 거의 없었던 박철우와 백인호를 플레이오프 25명 명단에서 제외시켰던 것. 전력에 큰 보탬이 안된다고 판단했지만 딱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포스트시즌 경험이었다. 창단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 큰 경기를 치러본 선수들이 없는 쌍방울로선 해태시절 를 제패했던 두 선수의 경험이 필요했다. 김감독은 페넌트레이스를 끝낸뒤 보름정도 매일 특타를 시킨 김준환 타격코치로 부터 "대타로 쓸만하다"는 보고를 받은뒤 두 선수를 엔트리에서 뺀다는 생각을 꾹 눌러버렸다. 이게 첫번째 `참을 인(忍)'. 두번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8회말이었다. 1사 1,2루에서 4번타자 심성보에게 찬스가 왔을때 덕아웃에 앉아있던 감독은 열두번도 더 고민을 했다. `철우를 대타로 쓸까 말까, 쓰기만 하면 뭔가 터질 것 같은데….' 결국 대타를 내보내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심성보로 밀고 가다 찬스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9회말이 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6번 조원우의 타석때 박철우를 대타로 기용했고 잠시후 전주구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포스트시즌 사상 첫 대타 끝내기 홈런. 경기가 끝난뒤 감독은 "휴우~. 세번째도 참았다면 큰 일 날뻔 했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김상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