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순 마이웨이] (6)
기사입력 1996년 10월 07일 14시 57분
## 원년우승,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6차전 선발 출격…초반부터 팽팽한 접전 6차전. 1무1패뒤 삼성에 3연승을 거둔 김영덕감독은 나를 6차전 선발투수로 결정했다. 승부처라고 판단한 것이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서울운동장(현 동대문구장)에는 1만7천여명의 팬들이 모여 프로 원년팀 우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었다. 스타트는 그리 좋지 않았다. 1회말 삼성 2번 배대웅과 3번 정현발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은뒤 4번 함학수에게 4구를 허용해 1사 만루가 됐다. 5번 에게 좌월 2루타를 내주고 2점을 먼저 뺏기자 가뜩이나 안 좋은 허리의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료들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2회 김유동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 붙은뒤 3회 김우열이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터뜨려 스코어는 2-2 동점. 이후 양팀은 나란히 1점씩 추가, 8회까지 3-3으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운명의 9회초 공격에서 우리 팀은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3번 김우열이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돼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으나 4번 신경식이 4구로 밀어내기 결승점을 뽑았다. 2사 만루에서 등장한 타자는 5번 김유동. 김유동은 삼성투수 의 초구를 좌측담장으로 넘겨 드라마틱한 9회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나는 펄쩍 펄쩍 뛰며 홈으로 들어오는 김유동을 꼭 껴안아줬다. "원년 는 만루홈런에서 시작돼 만루홈런으로 끝났다"는 말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스코어는 8-3. 이미 승부는 기울어졌고 원년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힌뒤 9회말 마지막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2사후 삼성 2번 배대웅이 친 땅볼이 머리 위로 치솟았다. 글러브를 쥔 왼손을 뻗었지만 내가 잡기에는 어림도 없는 공. 나는 스텝이 엉켜 마운드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중견수쪽으로 빠져나가려는 타구를 유격수 유지훤이 잽싸게 낚아채 1루로 뿌렸다. 그 이후론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만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어린애 마냥 엉엉 울던 기억만 희미하게 떠오른다. 두 눈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수 많은 고생들이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는 희열 때문이었으리라. 원년 우승의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영광스러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중의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