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나를 주목하라'
기사입력 1996년 10월 06일 14시 36분
**올시즌 6골 3도움…중거리슛 일품 이적설움을 말끔히 씻어낸 신명나는 한(恨)풀이 한마당이었다. 5일 일화전에 모습을 드러낸 `땅꼬마(1m 71)' 김용갑(27.전북)-.
그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일화는 창단 2년째인 전북이 유일하게 무승(4무4패) 징크스를 깨지 못한 팀.
더구나 김용갑에겐 지난해말 자신을 내몰았던 팀이기도 하다.
김용갑은 전반 18분 비탈리의 슛이 GK를 맞고 나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지었다.
또 후반 5분엔 `신의 손'이라는 사리체프마저 손쓸틈없는 정교한 헤딩슛으로 2번째 골을 잡아냈다.
비록 2-0으로 앞서다 막판 2골을 허용, 대 일화전 첫승사냥엔 실패했지만 김용갑에겐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각인시킨 한판이었다.
사실 애초에 그는 일화가 처음이자 마지막 정거장이란 생각뿐이었다.
금호고-를 거쳐 91년 프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곳이 일화.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고도 험준했다.
대학선발을 거치는 등 자질이 없진 않았으나 프로 최고로 평가받던 일화 공격 라인업에 비집고 들어가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5년간 그라운드보단 벤치를 지킨 시간이 더 많다.
36게임 출전에 1골,5어시스트가 고작이었다.
지난시즌에도 단 6게임에서 나서 1어시스트의 수확을 거둬들였을 뿐이다.
김용갑은 일화가 리그 3연패(連覇)를 달성한 지난해말 동료들이 특별보너스를 받는다며 호들갑을 떨때 말없이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
전북으로 트레이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적은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됐다.
이적과 동시에 그는 주전자리를 단숨에 꿰차며 제2의 축구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아디다스컵 포함, 29게임 출전에 6골3도움.
정확한 중거리슛이 일품인 그는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로 골찬스를 많이 잡아낼뿐 아니라 패싱 드리블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김용갑의 눈에는 오기가 서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