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안병원 '나는 던지고 싶다'
기사입력 1996년 10월 06일 14시 25분
또 떨어졌다. 현대 안병원(24)은 이제 `사람'이 무섭다.
만나는 이마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한마디씩 건네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금은 울고 싶은 심정이다.
포스트시즌만 바라보고 몸 만들기 3개월째.
가끔은 끝이 안 보이는 지루함과 참을 수 없는 무언가에 북받쳐 "야구를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 악물고 여기까지 왔다.
140㎞대의 묵직한 강속구가 돋보이는 간 큰 10승대 투수.
그게 안병원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부상에 신음하며 많이 고민했다.
유일한 희망은 포스트시즌이었다.
승부근성이 돋보이고 큰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는지라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을 빼놓을 수 없을줄 알았다.
그러나 팀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좌타자들이 많은 쌍방울과 상대하느라 우완투수는 제외될 수 밖에 없었고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들을 기용했다.
"병원이가 좋다는 것은 알아요. 그러나 어디 들어갈 틈이 있어야죠"는 코칭스태프의 말이다.
5일 선발출전 엔트리가 발표된뒤 안병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동료들의 활약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오늘의 수모는 반드시 갚겠다. 나를 필요로 할때까지 어깨가 빠지도록 던지겠다."
플레이오프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묻혀버린 한 투수의 재기 몸부림이 눈물겹다. < 전주=특별취재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