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봄이 오면 산에 들에’공연
기사입력 1996년 10월 05일 14시 18분
## 극단‘미추’서울연극제 참가작…13일까지 예술의 전당## ‘가족이란 무엇인가’따뜻한 감동 극단 미추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올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작, 손진책 연출)를 공연하고 있다. 이 무대는 지난 5월 연극제에 올려져 "언어 이상의 강력한 힘을 갖는 침묵과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자극하는 제스처와 마임의 어울림, 순간순간의 무드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빛과 소리의 조화 등이 극장안을 온통 신비로운 이미지로 채워놓았다"(김미도)는 평가를 받았다. `광장'의 작가 이 지난 77년 발표한 희곡. 한 산골 마을을 무대로 문둥이 어머니를 둘러싼 가족간의 아픔과 사랑의 모습을 아름답고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달래에겐 문둥이가 되어 모습을 숨기고 사는 어머니와 이를 감춰주고 사는 아버지, 그리고 장래를 약속한 청년 바우가 있다. 달래는 문둥이가 된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
한편 바우는 고을의 성쌓기에 동원되어 나가게될 상황에 처하자 달래에게 혼인을 하자고 하지만, 고을사또가 포교를 앞세워 달래를 유혹한다. 딸이 사또에게 팔려갈 운명에 처하게 되자 아버지는 달래와 바우에게 집을 떠나 도망갈 것을 권유한다. 자신들이 떠나고 나면 혼자 남은 아버지에게 닥칠 고난과 가족을 잊지 못해 밤마다 찾아오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떠나기를 주저하던 달래는 마침내 찾아온 어머니의 손을 잡아 끈다.
이어 가족 모두가 문둥이가 되어 산에 들어가고 만다는 게 극의 흐름. 결국 이 작품은 자신에게 지워진 업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해탈에 이른다는 주제의식 아래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국전통극의 방법과 정신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구성하여 시대적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작품으로 승화시킨 손진책의 연출솜씨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극단 미추의 신.구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되어 번갈아가며 무대에 출연, 연기대결을 벌여 관심을 끈다. 아비에 윤문식과 서상원, 달래에 오보현과 한혜수, 포교에 김종엽과 전일범, 바우에 주성환과 조정근, 어미에 김성애와 지자혜가 출연한다. 평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토 일 오후 3시, 6시. (02) 3444-0177. < 박용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