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순] 마이웨이
기사입력 1996년 10월 05일 13시 38분
## 아듀… 땀과 눈물의 그라운드 15년 (4)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2번째 시즌을 마친뒤 나는 서울을 방문하기 위해 3주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리운 얼굴들을 본다는 생각에 가뜩이나 설레였던 데다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전 레이 부사장으로 부터 트리플 A팀 승격은 물론이고 1~2년 뒤에는 에서 뛸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전해들어 가슴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이 3주간의 휴가가 아예 한국에 눌러앉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줄이야.
서울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에 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미국에서 그토록 열심히 땀을 흘린 것은 야구 자체가 직업인 선수로 남기 위해서였다. 미국으로 떠날 당시 우리나라에는 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를 할 수 있다니.
물론 미국 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국내에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다. 거기다 나를 간절히 원하는 팀이 있었다.
바로 OB였다.
충청도를 연고로 출범하게 된 OB의 박용민단장은 김영덕 초대감독으로 부터 미국에서의 내 활약상을 전해듣고 귀국전 이미 스카우트 결심을 굳혔다. 나중에 들으니까 김영덕감독은 박단장에게 "무조건 을 잡아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OB에서 계약금 2천만원, 연봉 2천4백만원(당시로선 엄청난 대우였다) 이라는 구체적인 계약조건까지 제시하자 나는 국내잔류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를 스카우트한 밀워키와의 계약 때문이었다.
낌새를 눈치챈 밀워키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펄펄 뛰었다.
해결사로 박용민단장이 나섰다.
박단장은 레이 부사장과의 의리 등 여러가지 문제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를 찾아와 "아무 걱정마라. 우리가 다 해결해 주겠다"며 OB 입단을 종용했다. 박단장은 미국까지 직접 날아가 밀워키측과 담판을 지은뒤 위약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사태를 마무리했다.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지만 5만달러가 넘는 금액에 합의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82년 2월19일 OB와 계약금 2천만원, 연봉 2천4백만원에 정식으로 계약을 했다.
OB와의 15년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