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무협느와르 새 장 열었다
기사입력 1996년 10월 02일 16시 16분
## 감독 연출솜씨 돋보이는 데뷔작 @@ 김민종 검술연기-긴박감 넘치는 카메라워크 일품 `무협은 어른들의 동화'. 무협느와르의 기치를 내건 `귀천도'(감독-아브라삭스제작)는 기대이상의 영화로 탄생했다. 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도 역량을 십분 발휘, 무림고수를 꿈꿔오던 자신의 소망을 비로소 영화를 통해 이루고 있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조선시대 22대 임금 정조시대로부터 드라마가 시작된다는 영 화적 설정이 얼핏 `영원한 제국'을 연상케 하지만 그 내용과 형식은 전혀 다르다. 아주 새롭다. 1시간 40분에 이르는 영화는 마치 장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현란하고 감각적인 영상의 연속이다. 자칫 뻔한 스토리의 무협영화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오히려 긴박감 넘치는 무협느와르로 포장해낸 배경 역시 이것이다. 2백여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영화적 구성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정조는 장차 세계를 지배할 아이가 탄생할 것과 또 그 아이를 제거하기 위해 일본 에서 대규모 자객단이 파견될 것을 예감한다. 자신의 재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한 정조는 최후의 수단으로 `시간의 문'을 통해 장차 태어날 아이 `빈'을 도피 시키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호위무사인 좌운검()과 우운검(김민종)에게 이 임무를 맡긴다. 한편 조선에서 귀인이 탄생할 것을 예견한 다다가츠장군()은 수제자 간조 (장동직)와 하쿠슈(조선묵)에게 조선으로 건너가 태어날 귀인을 척살할 것을 명한 다. 결국 귀인을 지키려는 좌운검과 우운검 등 조선의 호위무사들과 일본에서 쫓아온 사무라이들간의 대결이 드라마의 축을 이루게 되고, 숙명의 이 대결은 `시간의 문' 을 통해 1996년 현재까지 이어져 계속된다. 때문에 이들의 대결은 자동차행렬이 홍수를 이루는 도심 한복판에서 검을 휘두르는 `시대의 충돌'로 그려진다. 자신이 조선의 귀인인 줄 모르는 도연(). 도연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호위하 는 우운검. 도연과 우운검의 안위를 위해 죽음을 감내하는 좌운검.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좌운검이고 우운검이고, 또는 사무라이들이고간에 한 결같이 비장미가 넘쳐난다. 캐릭터의 비장미는 김민종의 사운드트랙앨범으로도 이 미 널리 알려진 배경음악으로 인해 더욱 배가된다. 김민종과 장동직의 검술연기도 일품이고, 신예 촬영감독 김성복의 유려한 카메라워 크는 마치 유영길촬영감독을 보는 듯하다. 카메라의 현란한 움직임과 맞물려 돌아가는 음악은 왕가위감독의 `동사서독'을 마 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 잠시도 쉴 시간을 주지 않는 의 연출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영화계로서는 하명중감독에 이어 배우출신의 괜찮은 영화감독을 또 한명 얻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