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송진현] 대전시민 분노케한 나산의 '행동'
기사입력 1996년 10월 02일 13시 34분
대전프로축구단의 대주주(53%)로 참여키로 했던 이 팀명칭에 기업명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주주참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지난 1일 오후 곳곳에서
분노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소리입니까.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시민구단
형태로 출범하는 대전프로축구단에 어떻게 나산이라는 기업 이름 하나만을 넣자
는 겁니까."
대전프로축구단 컨소시엄의 한 멤버로 참여하는 동아그룹 고위인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대전프로축구단 창단의 산파역을 담당한 관계자의 목소리도 격앙돼 있
었다.
"팀명칭 같은 것은 창립총회(4일)를 개최한 이후에도 얼마든지 주주들간에 상의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나산같은 대기업에서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어떻게 상식
밖의 돌출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올 매출목표가 1조원, 그리고 계열기업만도 11개를 거느린 .
안병균 그룹회장은 공사판 노동자와 중국집 배달원 등 사회 밑바닥생활을 전전한
끝에 지난 80년 의류업체인 을 설립,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으로 일궈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6일 열린 발기인총회에서 이 대주주로 참여키로 확정되자 민
들과 축구인들이 새로 태어날 `옥동자'에 남다른 기대감을 표시한 것도 나산의 이
런 저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산측의 주장도 일견 수긍이 간다.
지배주주로서 창단 이후에도 매년 20억~30억원을 쏟아부어야 할 입장임에도 팀명칭
에 기업이름도 넣지못하는 등 기업의 홍보효과를 거의 창출할 수 없다면 이 또한
기업의 생리상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산의 이런 명분은 어떤 논리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시민구단 형태로 출범하는 대전프로축구단에서 특정기업명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려
울 것이라는 점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한 부분이었고 또 자신들도 참여한 발기인총
회에서 이미 팀명칭은 `대전 레오파드'나 `대전 시티즌' `대전 이글스' 중 하나를
택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나산은 결국 충분한 검토없이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가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
본뒤 발을 뺀 셈이 됐다.
나산으로선 이 과정에서 투자한 금액이 없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1백20만 민과 축구팬들이 나산을 `자수성가형 기업'이 아니라 `믿지
못할 기업'의 표본으로 기억한다면 이보다 더한 손실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