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욱 감독의 스릴러 극장] 카피캣(7)

기사입력 1996년 10월 01일 14시 46분


"시체가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란 표지판 옆에서 발견되었죠."

순간 다시 저려오는 불쾌감을 감추며 모나한 형사는 스탠드 불빛 아래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닥터 헬렌을 쳐다본다.

"어떻게 알았죠? 또 복제(카피)인가요?"

"이리로 와 봐요."

모나한은 헬렌이 가리키는 모니터로 다가간다. 오늘 아침 네번째 시체가 발견됐던 언덕 쓰레기 하치장의 풍경이 어느새 헬렌의 컴퓨터 속에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비슷한 그림이 저장되어 있잖은가?

"`언덕의 교살자들'편이죠."

"흥, 개새끼들…이름도 다양하네. 드살보에서 이젠 비앙카와 부오노 놈들로 바꿨다? 그래서 정액도 두 종류로 주입하고…아주 세세한 것까지 흉내낸다구?"

"놈은 완벽주의자예요. 그리고 점점 더 지루해 하고 있어요."

그때였다. 정확히 헬렌의 세번째 모니터에서 최신 속보 뉴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속보가 접수되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연쇄 살인의 경찰수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은 유명한 범죄 심리학자 헬렌 허드슨 박사입니다. 12명의 여성을 죽인 대릴 리 칼럼의 마지막 타깃으로 유명했던…."

순간 모나한 형사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헬렌의 시선을 피해야 했다.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철저히 비밀로 하겠다고 했잖아!"

"내가 한게 아녜요! 수전 시피가!"

"닥쳐! 널 믿은게 바보지! 이봐, 아가씨! 날 미친년이라고 할 지 몰라도 놈이 내 아파트에 숨어들었어! 어젯밤에도 옷장에 있던 옷이 침대 위에 놓여 있었어! 놈이! 대릴 그 놈이! 다시 날 찾아온거야!"

모나한은 다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헬렌을 우울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