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식민지 역사 신파적 묘사-'진짜 신파극'
기사입력 1996년 09월 30일 14시 24분
**무인도에 고립된 일가족통해 우리모습 투영 지난 91년 창단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극단 서전은 2일부터 15일까지 문예회관소극장에서 야심작 `진짜 신파극'을 공연한다. 연극계 최대의 잔치인 제20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배우 겸 작가인 홍원기의 희곡을, 감각파 연출가 박계배가 무대형상화한다.
극의 배경은 무인도로 알려진 남해안의 섬. 이곳에 일본천황을 숭배하며 대동아 공영권의 도래를 꿈꾸고 있는 노인과 일본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으려는 손자와 그의 아들이 살고 있다.
노인은 어느날 히로히토 일본천황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할복자살을 하고, 손자가 찾으려는 보물은 다름 아닌 폭탄임이 밝혀진다는 게 극의 흐름.
이처럼 이 무대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통해 해방 이후 외부와는 단절된 채 순전히 일본식으로 살아가는 3대에 걸친 가족사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특히 역사에 대한 단순한 교훈극이나 계몽극이 아니라 극중극의 형식을 취한 재미있는 신파극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극 자체가 신파극이 아니라 이 연극이 표현하려는 역사가 진짜 신파라는 것을 그려내는 것.
천황을 따라 할복자살하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발상의 독특함을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담아내고 있다. 역사의 때를 씻어내는 제의식의 관점에서는 한판 마당극이며, 과거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입장에서는 신파극인 것. 극작가 홍원기는 "식민지 역사에 대한 우리민족의 고해성사를 담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 남아있는 한 이 연극은 과거가 아닌 바로 현실이야기일 것"이라고 작의를 설명했다.
이 무대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정연기가 볼만하다. 국립극단의 우상전이 오랜만에 다운타운 무대에 서며, 정극과 뮤지컬을 오가면서 선굵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의 불꽃튀는 연기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진지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최효상을 비롯, 목화 출신의 김병옥 그리고 이정성 김원해 김민기 박은진 이미윤 우승현 이재원 장봉태 고경희 등이 가세,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극단 대표겸 연출가인 박계배는 "지난 93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서울연극제에 공식참가작을 내놓아 뜻 깊다"면서 "수준높은 작품성으로 관객들과 만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공연시간은 평일 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 일 공휴일 오후 3시, 6시30분. 765-16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