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월드컵유치 후보도시 속빈경쟁
기사입력 1996년 09월 29일 16시 22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월드컵 축구를 유치하기 위해 난리법석이다. 지난 5월31일 2002년 월드컵 축구 한-일 공동개최가 확정되고 난 후 갈수록 대회유치의 열기는 더해 가고 있다. 광화문 엔 연일 자치단체장이나 지방 의회의원, 심지어는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동원돼 유치작전에 총력을 펴고 있다. 사정은 월드컵기획단에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쯤되니 나 월드컵기획단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전주 강릉 인천 울산 포항 등의 지방자치단체 어디도 예외는 아니다. 의 경우 일찌감치 프로축구단 창단을 발표해 기선제압에 나섰고, 일부 도시의 경우엔 월드컵 유치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유치기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어떤 도시는 이미 1백만명, 50만명의 `서명부'를 에 제출한 경우도 있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쓰레기 소각장이나 원자력 발전소의 지역내 건설을 죽기살기로 반대할때 보여줬던 님비현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월드컵이 꼭 자기 지역에서 벌어져야 한다며 목청을 돋구고 있는 이들 도시에도 정작 달라진 축구환경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내에서 벌어지는 축구장 스탠드는 여전히 빈자리가 더많고 고작해야 수백명, 수천명이 찾았던 경기장도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축구열기와 시민의식으로 도대체 어떻게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물론 개최도시 결정권은 전적으로 ()이 축구열기, 경기장 시설, 교통, 호텔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월드컵을 안방에서 유치할 의사가 있다면 각 지방 자치단체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부관료들을 찾아 다니며 `으름장'을 놓기에 앞서 축구에 대한 관심과 성숙된 시민의식에 먼저 관심을 돌려야 한다. < 김의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