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9화> 대륙의 기인들(41)]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5일 14시 11분
"이소야예요!"
황보백령이 달려 나가려는 순간에 남궁도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모두 이성을 잃고 있소. 강력한 미혼향(迷魂香)에 중독된거요. 오직 봉황시만이 해독을 할 수가 있소. 열쇠는 소저의 품안에 들어있소."
황보백령은 봉황시를 꺼내자마자 얼른 이소야에게로 달려갔다. 남궁도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착찹함이 어려졌다.
이때, 다시 수로에는 중무련의 맹주를 비롯한 타르무등이 나타났다. 남궁도는 매우 놀라며 다급히 사원과 모용추, 철타파 등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벌써 출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남궁도가 먼저 맹주에게로 날아갔다.
"사부님, 피하셔야 합니다."
맹주는 오랜만에 해후한 제자가 서두르자 의아한 얼굴로 변했다. 그가 막 대꾸 하려는 순간에 중독된 고수들의 공세가 일제히 펼쳐졌다.
아비라와 철타파, 무적도 사원과 모용추 등이 흉흉한 기세로 달려온 것이다. 이소야는 황보백령에게 제지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소야에게 열쇠를 내밀었다. 거둘 생각을 않고 있는 이소야. 황보백령은 마음이 다급하여 그대로 암기를 튕겨내 듯 튕겼다.
이소야는 날아오는 열쇠를 거머쥐었다.
"이…소야!"
언제나 부르고 싶던 사람. 그리움으로 넘치던 그 사람. 그가 있었다. 눈 앞에….
이소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 하였다. 단지 녹광만이 사라져 있을 뿐 황보백령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건 다름이 없었다.
"정신이 드나요?"
"그렇소."
"날 알아보시겠나요?"
"모르오."
황보백령은 한숨을 쉬더니 품안에서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이소야는 그녀의 돌연한 행위에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머리가 혼란스러우며 복잡한 상념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피리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이소야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음률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위력으로 이소야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때였다.
콰쾅….
엄청난 폭음이 일어났다. 위기에 직면한 타르무 왕야가 준비해 온 폭뢰탄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자 지하의 원형대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황보백령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피리를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중단하면 이소야는 영영 자신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생명도 위험한 것이다.
봉황곡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붕괴의 조짐. 돌덩어리가 원형의 대전으로 쏟아지며 무섭게 허물어졌다. 비오듯 쏟아지는 암석덩어리. 비명이 난무하였다.
입구에 머물던 천도서생을 비롯한 군웅들은 앞을 다투어 몸을 피하였다. 봉래산 전체가 허물어지는 듯 봉황곡은 굉음과 함께 파묻혔다.
천도서생이 몸을 떨었다. 당대의 고수들이 전원 매몰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때, 어디선가 은은한 피리의 곡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음률이 들려오는 곳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단지 그 음률은 점차 희망(希望)과 환희(歡喜)로 변하여 가슴벅차게 봉황곡 전체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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