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9화> 대륙의 기인들(40)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4일 15시 16분
위기로부터 아귀를 구한 것은 이소야였다.
묵린향의 이소야는 중간에서 신검을 거머쥐고 있는 모용추의 손목을 채찍으로 감아버린 것이다.
"죽어랏."
모용추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일장을 가격 하려는 순간에 이소야의 공력이 실려있는 묵린향이 섬광처럼 작렬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모용추가 손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뒹굴었다. 시뻘건 피가 콸콸 쏟아졌다. 날아간 신검은 공교롭게도 아비라를 상대하고 있는 일심부주의 안면을 노렸다. 무서운 기세.
"헉."
놀란 일심부주. 재빨리 피했지만 신검은 어깨에 꽂히고 말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비라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그렇지만 과연 일심부주 묵양대인은 노련하였다.
그는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아비라의 심장을 노리고 집어 던졌다.
"아...?"
왕녀 아비라는 경악성을 토하며 보법을 전개하여 간신히 피해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심부주의 묵양신공이 발출되었다. 아비라는 격중되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수로에 떨어졌다.
그녀가 겨우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을 때 이미 그 앞에는 일심부주가 사신(死神)처럼 버티고 있었다.
"흐흐흐...가랏."
묵양대인의 장심에서 엄청난 기력이 뿜어지려는 순간이었다. 돌발적으로 수중에서 일직선으로 솟아오르는 화살.
양 손으로 화살을 움켜쥐고 솟구친 그는 금강실혼인 강문호다. 아비라에게 격중당했던 화살을 이용해 일심부주의 사타구니로부터 꿰뚫어 버리며 올라온 것이다.
"끄윽."
일심부주의 입에서 꾸역꾸역 피가 흘러나왔다. 그 죽음의 순간에도 그의 열 손가락은 강문호의 머리를 파고 들고 있었다.
"황보소저!"
남궁도는 봉황시를 황보백령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순순히 받는 척 하다가 남궁도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남궁도는 이미 궁수월에게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기민하게 몸을 도사리며 봉황시를 얼른 그녀의 가슴속으로 집어 넣었다.
`제발...'
내심 간절히 기도하는 남궁도. 과연 그의 추측은 적중했다. 황보백령에게 머물던 녹색의 광망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게 아닌가.
"이게 어찌된 영문이죠?"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남궁도가 설명할 사이도 없이 철타파와 이소야가 공격해왔다. 남궁도는 그녀의 손을 잡아채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철타파와 이소야가 충돌했다.
묵린향을 움켜쥐고 잡아 당기는 철타파. 이소야의 몸이 균형을 잃는 순간에 철타파의 갈고리 같은 손이 이소야의 안면을 노렸다.
찌익 하는 음향과 함께 이소야의 인피면구가 찢어졌다. 드러나는 얼굴은 영준하였다. 동방산장의 이소야-그의 진면목. 황보백령의 나직한 신음이 천둥처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