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안조연 3단 ●김승준 4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4일 15시 09분
## 본선 토너먼트 제11국 제 5 보 (30~45)=공격도 신통치 않고 확실하게 집을 챙겨둔 것도 아니다. 백은 일단락된 좌하쪽 접전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안 3단 스스로도 별재미가 없다고 느낀 듯 8분 정도 생각에 잠겼다가 불현듯 백 30, 우변쪽으로 뛰어든다. 흑31은 간접화법. 자세는 상변 백 한점에 붙여간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백 30을 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전 백 32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 화답자는 어디까지나 백30. 바꿔 말하면 방향이 틀렸다는 얘기다. 현재 국면의 포인트는 우변이므로 백 32로는 의 백 1로 미끄러져 우변 파가(破家)를 실행하는 게 좋았다. 흑 2,4로 한점을 잡히더라도 백 3, 5까지 충분히 둘 만하다.
흑 35의 잽이 기민했다. 백의 우변 진출을 차단하면서 자연스럽게 우하쪽의 영역을 설정. 흑 37은 날카로운 보디훅. 대미지를 입을만큼 체중이 실린 강펀치는 아니지만 날리는 주먹이 모두 정확하게 백의 안면, 복부에 꽂힌다. 득점타라는 뜻이다. 백 40은 선수를 뽑기 위한 타법. 흑 41까지의 접전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안 3단은 다시 장고에 빠진다.
백 42는 35분 30초만에 놓인 수. 이 대국을 통틀어 가장 긴 시간이다. 흑 43은 노타임. 두 기사의 시간사용만으로도 우열관계가 드러난다.
6분 뒤에 떨어진 백 44가 고전을 자초한 수였다. 여기서 의 수순을 밟았으면 아직은 긴 승부인데….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