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대륙의 기인들(39)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3일 15시 00분
동방산장의 천하제일검 이소야. 무적도 사원.
이들은 예상을 뒤엎고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장내에 새롭게 등장한 두 사람-잔인마도와 환류검이었다.
이소야와 사원이 급작스럽게 방향을 바꿔 그들에게 폭사하는 순간 나머지 광기(狂氣)의 중인들 역시 신형을 날렸다.
녹색의 흉광을 뿜어내며 그들은 잔인마도와 환류검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중인들은 맹공을 퍼부었다.
의귀취선의 신검이 공간을 수직으로 쪼갰다. 일심부주의 쌍장이 뒤집어지며 엄청난 기력이 소용돌이로 변하여 쏟아져 나왔다.
우르릉.
가공할 굉음이 터졌다.
철타파와 아비라의 공격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흉포하고 냉혹했다. 황보백령과 모용추의 잔인한 합공도 일품이었다.
광인(狂人)들의 합작은 동영제일의 고수로 손꼽히는 환류검과 잔인마도를 완전히 공포로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이럴 수가…?"
"사형, 사매?"
그들은 일심부주와 모용추를 애타게 부르짖으며 구원을 요청했으나 그건 참으로 부질없는 울림이었다.
섬뜩한 느낌과 함께 환류검의 다리 한 쪽에 무적도가 박혔다. 어깨가 으스러지는 통증이 머리를 텅 비게 만들었다. 철타파의 괴이한 웃음이 퍼져 나오는 가운데 모용추의 섬섬옥수(纖纖玉手)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끝이었다. 환류검은….
잔인마도의 발악은 의귀취선의 복부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 자신도 신검을 허용하고 말았다. 옆구리를 깊숙히 파고든 검은 손잡이까지 박혀 있었다.
아비라의 화살은 어깨의 견정혈을 통과했고 일심부주의 장력에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이소야가 날린 묵린향이었다. 그 채찍은 죽음의 향기만을 남기며 잔인마도의 목을 휘감아 날려버린 것이다.
벽천무상검 남궁도는 우두커니 서서 발작하듯 날뛰었던 중인들을 바라보며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질려버린 얼굴이었다.
`그들은 미로를 통과한 후 전원 미쳤다. 나만 왜 정상인가?'
그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다가 문득 느끼는 바가 있었다.
봉황시.
그가 이 열쇠를 떠올리고 있을 때 다시 중인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날뛰고 있었다. 복부에 피를 흘리며 숨을 할딱이는 의귀취선을 아귀가 등뒤에서 뒤통수를 내리 찍었다.
아귀는 의귀취선의 신검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평소에 그토록 원하던 동방산장의 칼. 하나, 그는 전혀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신검을 휘둘러가며 조소영을 목표로 삼았다.
아귀의 신검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순간 모용추의 그림자가 번뜩였다. 어느틈에 신검은 모용추의 손으로 옮겨져 있었고 아귀를 향해 역으로 쇄도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