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오동천-김용갑] '우리는 공룡단짝'
기사입력 1996년 09월 22일 14시 52분
## 21일 현대전 3골 합작 콤비포 전북의 `일화 이적생콤비' 오동천(31)-김용갑(29)이 위기의 공룡군단에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떠올랐다. 각각 지난 94, 95년에 일화 살림살이를 청산, 공룡마을에 새로 둥지를 튼 오-김 콤비는 하위권 탈출의 분수령인 21일 군산 현대전에서 합작으로 3골을 낚아 팀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후기리그들어 바닥권을 헤매던 전북은 이들 콤비의 활약으로 꼴찌탈출에 성공하며 일약 7위로 점프, 중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교체투입된 오동천은 0-1로 뒤지던 전반 40분과 42분에 동점-역전골을 잇따라 작렬시켜 벤치의 기대에 확실히 부응했다. 오동천은 지난 4일 대우전(2대0 승)서도 결승골을 낚은 전과(戰果)가 있어 전북이 후기리그에서 거둔 2승 모두는 그가 엮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김용갑도 이에 질세라 3-4로 쫓기던 후반37분에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일화를 공통분모로 갖고 있는 이들의 운명곡선은 대체로 비슷한 궤적을 긋는다.
방출과 다름없는 이적의 설움을 털어내고 여봐란듯이 새 팀에서 대들보로 활약하고 있는 것. 청 당시 은사(恩師)였던 박종환 감독을 따라 지난 89년 일화 창단멤버로 프로에 뛰어든 오동천은 94년 겨울 아무런 사전통고없이 전북으로 강제 이주당해야 했다. 처음에는 배신감도 적잖았지만 묵묵히 받아들이고 새 보금자리 전북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이 신생팀의 나약한 이미지를 씻고 정상 궤도에 오르는데 역할을 다했다. 김용갑은 사정이 다소 나은편.
일화에서 주로 벤치신세였던 김은 올시즌초 전북으로 이적하기 무섭게 주전 한자리를 확실히 꿰차며 제2의 축구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아디다스컵을 포함, 총 32게임중 28게임에 출전해 자신의 시즌최고인 4골 3도움.
"전북 이적이 선수생활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는 김용갑은 오는 12월엔 6년 무명세월의 말벗이 되어 준 `피앙세' 씨(26)와 결혼하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어쩌면 이들 콤비는 내심 올시즌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일화를 자신의 발로 꼭 꺾고 싶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