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령] 여자농구 돌풍
기사입력 1996년 09월 22일 14시 21분
## 신장 - 파워 - 스피드 역대 최고 기량 70년대 한국 스포츠무대는 2명의 남녀 주인공에 의해 화려하게 장식됐다. 남자주인공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고 여자주인공은 `아시아의 마녀'로 잘 알려진 투포환의 백옥자. 이들은 7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특히 투포환에서 16.96m를 던져 여자의 몸으로 아시아를 제패한 백옥자의 이름 석자는 당시 국민학생까지도 달달 외웠을 정도였다. 백옥자의 기록은 22년 동안이나 난공불락으로 있다 올해 국내에서 갱신됐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도 어느덧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요즘 여고농구코트에서는 `백옥자의 후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백옥자씨(47)의 외동딸 김계령(1m95. 숭의여고 2년).
백옥자씨와 농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진도씨(45.1m90)의 `합작품'으로 여고최강 숭의의 한 축을 담당하고있는 김계령은 역대 한국 여자농구 센터중 최고의 체격과 테크닉을 갖춘 선수다. 키가 크면 움직임이 둔한 경우가 다반사지만 김계령은 높이와 파워, 스피드의 3박자를 고루 갖춰 () 이후를 책임질 최고의 센터로 평가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아직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김계령을 둘러싼 때이른 스카우트전으로 여자농구계가 떠들썩할 정도다. 김계령은 백옥자씨가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 경험이 풍부한 백씨는 김이 힘겨워할때 따듯이 안아주기도 하지만 훈련을 독려하는 엄격한 트레이너 노릇도 함께하고 있는 것. 백씨는 딸이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볼링선수 생활도 청산하고 오직 뒷바라지에 정성을 쏟고있다. "저도 운동을 해봐서 알지만 몹시도 힘듭니다. 그래서 처음엔 반대하기도 했지요". 딸의 경기가 있을때마다 관중석에 나타나 응원을 보내는 백옥자씨의 표정엔 안타까움과 대견함이 뒤섞여있다. 김계령은 "리바운드 골밑슛은 물론 어시스트와 중거리슛까지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엄마의 명성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