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 (37)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1일 16시 11분
눈빛은 녹광을 띠고 있었다. 일심부주, 무적도 사원, 황보백령, 모용추, 철타파등 그 누구를 막론하고 전원 눈에서 녹색의 광채가 이글거렸다. 마치 천년의 원한이 사무친 듯 살광(殺光)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예외인 사람은 벽천무상검 남궁도였다. 유일하게 그의 눈매만이 본래의 부드 럽고 당당한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장내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황보소저,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요?" 남궁도는 사태가 험악하게 변하는걸 방지하기 위해 먼저 물었다. 답변은 빨랐으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 자식아, 내게 묻지말고 마음대로 해!" 벽천무상검 남궁도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황보백령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보소저?"
그녀의 입에서 욕설이 튀었다.
"당장 찢어 죽이기 전에 입 다물어."
이쯤되자 남궁도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성을 상실했다. 눈빛이 변했고 행동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혈마사주 묵기량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뭘 노려보는거야? 널 죽이고 말겠어!"
묵기량은 살벌하게 내윽으며 스르릉 칼을 뽑아들고 남궁도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중도에서 철타파가 가로 막았다. "함부로 칼을 뽑아드는 놈은 내가 용서못해. 반토막 내주마."
철타파가 소매를 걷어 붙이며 혈마사주 묵기량을 노렸다. 남궁도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있었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했다. 중인들은 전원 이성(理性)을 잃고 있는 것이다. 남궁도는 목전의 상황 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남궁도가 돌아보자 일심부주와 궁수월이 충돌하고 있 었다. 일심부주는 흉악한 일장을 사정없이 황금사원의 총관 궁수월에게 퍼부었다. 궁수월 이 뒤로 주르르 밀려 나는 순간에 황보백령이 그녀의 등 뒤 명문혈을 번개처럼 차올렸다. 황금사원의 총관 남해선자 궁수월을. 퍽, 하는 순간에 궁수월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날아갔다. 일심부주의 무시무시한 장력이 그대로 궁수월의 가슴으로 휘몰아쳤다. 격중되면 가슴뼈가 산산이 부서질 위기였다.
`타앗….'
남궁도는 비호처럼 몸을 날리며 궁수월의 허리띠를 부여잡은 채 공중에서 두 바퀴 를 회전했다. `황보소저가 자신의 궁총관을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을 펼치다니 심각하구나.'
벽천무상검 남궁도가 지면에 내려서는 순간 이번에는 궁수월이 갈고리처럼 손가락 을 구부려 그의 목덜미를 노리는게 아닌가.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필살(必殺)의 일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