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96프로야구] (5)구대성 4관왕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1일 14시 42분
**다승-구원왕 동시석권 '무쇠팔' 다승왕과 구원왕의 동시석권은 과연 타당한가.
4년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의 머리속에서 잊혀졌던 이 문제가 올시즌 막판 의 `핫이슈'로 불붙은 것은 한화 (27) 때문이다.
은 21일 현재 54경기에 출전, 18승3패(0.857) 24세이브(40세이브포인트) 방어율 1.89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다승 승률 구원 방어율 등 투수부문 4개 주요 타이틀을 거의 손아귀 안에 넣었다.
방어율만 해태 이 뒤쫓고 있지만 나머지 3개부문은 이미 확정된 상태.
사실 다승과 구원 타이틀을 한꺼번에 따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과 구원에 마구잡이로 투입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한화 송진우가 다승왕(19승)과 구원왕(25세이브포인트)을 동시석권한 적이 있지만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로 철저히 세분화돼가고 있는 현대야구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기록이다.
당시 한화 사령탑이었던 김영덕감독은 92시즌이 끝난뒤 전문가들로 부터 투수를 혹사시켰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은 아픈 기억도 있다.
송진우 자신도 "지금 되돌아 보면 과연 그게 좋은 기록이었나 하는 회의가 든다"고 털어놓고 있다.
물론 의 경우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18승 가운데 선발승이 2번이고 나머지 16승은 모두 구원승이다.
이 16승도 대부분 동점상황에서 등판, 타선의 도움을 등에 업고 따낸 것들이라 비교적 구원투수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던 편이다.
하지만 구원투수는 팀승리를 지켜주는 세이브를 `전공'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 에서는 구원왕이라는 타이틀 대신 `롤레이드 포인트(Rolaids Point)'로 점수를 매겨 시상을 한다.
이는 구원투수들의 효율적인 세이브 성공률을 계산하는 방법의 하나로 비교적 정확한 평가기준이 된다.
`롤레이드 포인트'에 따르면 세이브는 3점,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세이브 없이 물러나면 -2점, 구원승은 2점, 세이브 상황에서 상대팀에 동점을 허용한뒤 구원승을 따내면 0점이고 이경우 구원패를 하면 -4점으로 친다.
이 방식에 의해 계산한 의 점수는 80점, 구원부문 2위 현대 정명원(34세이브포인트)은 68점.
지난 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이 한시즌 최다 세이브(40개)를 기록할때 따낸 `롤레이드 포인트' 114점에 비하면 은 그리 높은 점수를 따내지 못한 셈이다.
결국 `전공'인 세이브 보다는 구원승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얘기.
이는 경기막판 동점상황에서 자주 마운드에 올려보낸 감독과 때맞춰 터진 팀타선의 지원이 적절하게 어우러졌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 덕분에 은 2~3이닝 정도를 던지고도 손쉽게 승리를 낚을 수 있었던 것.
올시즌 의 투수부문 4관왕 달성은 일단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원왕과 다승왕 동시석권이 가능한 한국야구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