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기고교농구 MVP] 용산고 임영훈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1일 14시 14분
**"이 영광 어머니께 바치겠어요" "엄마, 지금 이 경기를 보셨겠죠? 영훈이가 결국 해냈습니다". 제32회 쌍용기전국고교농구대회 남고부 결승전이 의 극적인 승리로 끝난 20일 오후 장충체육관.
노래소리와 환호성이 왁자한 가운데 용산고 센터 임영훈(3년.1m94)은 주먹을 불끈 쥐고 체육관 천장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돌부처처럼 서있는 그의 턱에 맺힌 것은 땀이 아닌 눈물.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경기내내 명지고에 끌려다니다 종료 1.5초전 역전 골밑슛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은 것에 감격해서도 아니고 생애 첫 MVP를 탄 것이 기뻐 흘리는 눈물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날 눈물의 사연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3년 3월 춘계연맹전.
용산중 3학년이던 임영훈이 농구에 입문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주전으로 참가하는 대회였다.
경남 김해 동광초등학교때 잠깐 경험한 농구가 그리워 1년 낙제의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농구를 다시 시작한 그로서는 첫 대회 출전이 하늘에 오른듯한 기분이었을 법하다.
하지만 임영훈은 이날 눈물을 뿌리며 코트를 달려야했다.
대회 첫날이 간암으로 투병중 세상을 뜬 어머니 오순덕씨의 출상날이었던 것.
정식 농구선수가 된 자신의 모습을 어머니가 보지 못하고 또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맺혀있다.
아픈 사연을 품고있지만 평소 임영훈은 밝다.
1m94에 90㎏의 투실투실한 몸집에서 발산되는 파워를 마음껏 발휘하며 코트를 누비는 그의 얼굴은 `농구가 즐거워 못견디겠다'는 표정이다.
서전트 점프가 65cm나 돼 덩크슛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는 이날 경기서도 팀내 최고인 23점을 골밑에서만 건져올려 MVP에 선정됐다.
그의 별명은 `금복주'.
얼굴이 복스러운데다 귀가 크고 항상 웃는 얼굴이 금복주 상표에 술병을 든 뚱보노인과 닮았다해서 붙인 것이다.
용산고 양문의 코치는 "뒤늦게 시작한 늦깎이지만 두뇌는 물론 힘과 탄력이 뛰어나 나이가 한살더 많지 않았더라면 청소년대표감"이라고 말한다.
특히 골밑에서의 피봇과 피딩 감각은 초등학교때부터 계속 농구를 한 선수들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얼마전 성균관대로 진로를 결정한 임영훈은 "이건 엄마 것"이라며 MVP트로피를 소중히 껴안고 총총히 체육관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