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안조영 3단 ●김승준 4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0일 14시 51분


## 본선 토너먼트 제11국

제 1 보 (1~9)=창밖 은행나무 잎새 사이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제법 노랗게 철(?)이 들기 시작한 은행잎은 요람을 타고 나른한 오후의 평화를 즐기고 있다. 푸른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몇장의 기보에 묻힌 흑백전장(戰場)의 종군기자. 포화 작렬하는 참호를 헤매다가 코스모스 향기도 맡지못한 채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바라본다.

기전이 종반에 이르는 만큼 정리좀 하고 넘어가자. 최규병7단이 가장 먼저 4강고지에 올랐고 뒤이어 이창호 9단이 안착. 4강의 남은 두 자리는 9단대 서봉수9단전의 승자와 바로 이 대국 김승준 4단대 안조영 3단전의 승자에게 돌아간다. 박카스 축배의 정상권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바둑계에서는 `한-중-일 3국 천원전'이 화제다.

그동안 단체대항전 같은 교류전은 있었지만 동명의 공식 타이틀홀더가 각각 개인 및 자국의 명예를 걸고 겨룬 바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일본 천원은 임해봉9단, 고바야시 고이치9단을 연파하고 타이틀 2연패에 성공한 젊은 호랑이 류시훈 7단인데 중국쪽은 부동의 에이스 마효춘9단이 천원을 굳게 지키고 있어 다가올 동양 3국의 `으뜸자리' 대결인 `천원지천원전(天元之天元戰)'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한국 초대천원은 과연 누가 될까? 오늘도 정상의 8부능선에서 두 청년이 맞붙었다. 최근 배 세계기왕전에서 국제 거물 다케미야9단을 꺾는 등 국내외 기전에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준 김승준4단과 저단진 다승랭킹 상위를 달리며 연일 신예 상종가를 치고 있는 안조영3단의 대국은 젊은 바둑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4단의 흑 1, 3 화점-소목 포진에 안3단은 백 2, 4의 대칭형으로 대항한다. 겨루기 자세부터 젊은 혈기가 불끈 치솟는다.

예전에는 백 6으로 우변 `가' 또는 `나'로 갈라치는 수가 많았는데 요즘은 실전처럼 걸쳐가는 진행도 자주 눈에 띈다. 백 8로 전개한 상변 백의 형태는 또 다른 `중국류'.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