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전주구장 '파도타기 응원' 바람
기사입력 1996년 09월 19일 18시 26분
○…"응원단 나와라, 오버. 파도타기 5회 실시!"
무전기 교신을 끝내자 마자 스탠드에 앉은 관중들은 여기저기서 들썩거리는 통에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다. 지난 8월부터 쌍방울의 홈인 전주구장에서는 묘한 풍속도가 하나 생겼다.
관중들의 `파도타기 응원'이 바로 그것.
다른 구장에서야 응원의 `고전'이 돼버릴 정도로 흔한 방식이지만 전주구장에서만 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그동안 팀성적이 워낙 바닥을 헤매 흥이 안났던데다 전라도 양반들이라 그런지 몸을 흔들어 응원을 한다는 게 왠지 쑥스러운 탓이었다. 안타가 터져도 그만, 홈런이 나와도 "그런가벼~"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 였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쌍방울 구단이 고민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바로 `타율적인' 파도타기 응원이다. `기동 타격대'는 홍보과 박철호대리와 조중재씨가 맡았다.
경기가 뒤집어진다든가, 연속안타가 터지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을만 하면 기자실 의 박대리는 막바로 관중석에 무전기로 연락하고 이를 다시 응원단에게 지시하는 형식이었다. 효과는 대만족.
처음엔 어색해 하는 관중들 때문에 중간에 파도가 끊어지기 일쑤였지만 자꾸 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이젠 1루 뿐만 아니라 3루측 관중들까지 가세해 완벽한 파도타기가 넘실거릴 정도. 게다가 안방에선 백전백승, 홈구장 14연승을 달리고 있으니 절로 어깨가 들썩여진 다. 창단후 단 한번도 관중 20만명을 넘어본 적이 없는 쌍방울은 올시즌 25만명을 돌파했 다. 약 50만 전주시민이니 수치상으로 2명중 1명은 전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 `이기는 맛'을 안 전주관중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파도타기를 한다.
< 김상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