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실직불안’현상 확산
기사입력 1996년 09월 18일 14시 58분
## 감원한파 후유증 감원한파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불경기를 기업에 감원한파가 불어닥침으로써 샐러리맨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되면서 불투명한 자신의 장래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장인들은 이번 기회에 독립을 꿈꾸며 진로를 모색하는 등 후유증이 점차 번지고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선 퇴직 비용마저 줄이려고 명예퇴직제를 정리해고제로 바꾸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철도 아닌 요즘 서울 미아리 등 점집에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해 오는 고객들이 예전에 비해 20~30% 가량 늘었다.
역술가 백운비씨(백운비역술원)는 "예전만해도 직장인의 경우 회사에서 얼마나 승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의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기 사업에 대한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무슨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지 묻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에는 운명 서적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가운데 점괘를 알아보는 카드 점 등 역술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 출판사가 펴낸 `러시안 집시카드'는 최근 사회 현상과 맞물리면서 출판 1주일만에 4천여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출판사 당그레 대표 이춘호씨는 "이 책은 자신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카드와 설명서로 되어 있는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이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 일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대비,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교보문고 경제-경영서적 코너 최순애씨는 "최근 감원한파와 맞물리면서 `내 회사 만들기' `성공사업 성공부업' `나도 청년 재벌이 될 수 있다' 등등 창업에 관한 서적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며 "하루에 20~30권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서울 시내 신경정신과 병-의원에는 정서 불안과 대인 공포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 `실업 증후군'이라는 신종 정신질환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 최정식씨(34)는 "요즘 감원한파 때문에 직장에서의 화제가 바로 누가 감원 대상에 오를 것이냐는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며 "불안을 달래려고 술을 마셔보지만 마음이 허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 강병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