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님의 침묵'] 열정어린 몸짓마다 만해의 혼이…
기사입력 1996년 09월 18일 14시 29분
우리 현대문학사를 빛내고 있는 만해 한용운의 삶과 시가 뮤지컬로 부활,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고 있다.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 `님의 침묵'(김상열 작, 연출. 유승엽 작곡)이 그것. 시인이자 스님이었으며 애국지사였던 만해의 인생을, 그가 남긴 시를 가사로 만든 노래에 실어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때론 힘이 넘쳐나는 록뮤지컬로 형상화 했다. 이 무대는 기존의 예술가를 소재로한 공연물이 보여주는 단순한 연대기의 나열에 머문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극구성으로 극의 애잔한 재미와 진지한 메시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해의 일생을 반추하면서도 뮤지컬의 3대요소인 춤, 노래, 연기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창작 뮤지컬의 진솔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극본(김상열)의 아이디어는 매우 신선하다. 그것은 아직도 이 지상에서 떠돌고 있는 만해를 열반극락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저승사자와 소녀를 등장시킨 점이다. 이들이 애국공원에 쭈구리고 있는 만해를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는 모습은 마치 진정한 독립과 님을 위한 노래를 잃어버린 이 세상의 영혼을 어루만져준다. 연기자들의 빛나는 열정 역시 돋보인다. 만해 역의 김갑수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인 만해를 노래하는가하면, 고집불통의 독립지사 만해를 동시에 만들어 놓기도한다. 그의 내면연기는 일품이다. 여기에 소녀역의 방주란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인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연기에 힘이 실리지는 않지만 잘 훈련된 노래솜씨는 앞으로 그의 활약을 주목케 만들어준다. 주인역의 김길호, 고종역의 최주봉은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 주었으며 탤런트 김기섭, 개그맨 그리고 박정순 한진섭 조남희 곽은태 김성기 신현종의 맛깔스런 조연은 눈에 띄었다. 무대미술의 이학순은 영원을 노래한 시인의 상상력을 펼쳐보이는 듯한 시원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박상규의 안무도 볼만했다. 신시의 이번 무대는 만해의 인생여정을 문학성 짙은 무대로 만들어 보여, 관객들에게 만해가 남긴 삶과 문학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26일까지. 577-1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