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19화>대륙의 기인들(33)♣
기사입력 1996년 09월 17일 14시 55분
이런 현상은 일심부주 일행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면의 벽이 그들을 압사시킬 듯 굉음과 더불어 다가오지 않는가. 그러나 노련한 철타파가 소리쳤다.
"부주, 계속해서 기관장치를 돌리시오."
일심부주는 벽면에 삐죽 돌출된 손잡이를 십성(十成) 공력을 모조리 동원하여 돌리고 있었다.
"하악."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벽면이 더욱 빠른 속도로 죄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더 빨리 끼여 죽는게 아닌가?"
묵양대인이 소리치는 순간 갑자기 지면이 폭삭 주저 앉는게 아닌가. 놀랄 사이도 없이 그들의 신형은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타파와 궁수월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이 날렵한 동작으로 지면에 내려섰다. 일심부주는 경계를 느추지 않으며 서서히 바닥을 밟았다.
"이곳은 또 어디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배수구. 입구에는 작은 배 한 척이 있었다. 물살은 급박하고 빨랐다.
"배를 타라는 모양이군."
철타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면 배가 있을 턱이 없지."
일심부주가 궁수월에게 턱짓을 보냈다. 먼저 올라타라는 시늉. 철타파가 혀끝을 찼다.
"그래도 의심은 들어 가지고 쯧쯧."
묵양대인은 철타파을 노려보며 야유를 보냈다.
"당신들이 내게 복수하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알고 있지. 그러나 아무리 늙은 너구리라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아. 꼬부랑 꼽추할멈. 경고한다. 내 뒤통수를 노리지마라."
철타파의 입가에 냉혹한 미소가 한줄기 스쳐갔다.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인성은 변하지 말아야지. 넌 나이도 젊은 것이 하얗게 늙어가지고 창피하구나."
묵양대인은 흠칫 놀라는 얼굴이었다.
"꼽추할멈이 나를 아는가?"
철타파는 냉소를 머금었다.
"진짜 늙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않아."
궁수월이 먼저 배에 올라타고 이어서 철타파가 몸을 날렸다. 묵양대인은 놓칠세라 재빨리 몸을 실었다.
배는 급류를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어디로 가는거요?"
묵양대인이 묻고 철타파가 대답했다
"물살이 머무는 곳으로."
소선은 쏜살같이 물살을 따라 흘렀다. 그들은 전원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못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배는 점차 어두운 통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도 지나쳤다. 이윽고 어느 지점에서 배는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