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01)
기사입력 1996년 09월 17일 14시 19분
**물장사 이야기 (37)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물장사라는 말이 진짜
생수나 미네랄워터 파는 장사인줄 아는 사람한테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
다. 서울에서 가장 튀는(?) 물장사로 각광받는 그녀가 술집에도 잘 안
가는 남자에게 술장사 코치를 받다니….
‘폭풍의 언덕’은 남산과 방배동 두지역에 동시 오픈했다. 남산의
것은 장사가 안되는 옷가게 자리를 약간 손본 것이고, 또 하나는 방배동
언덕지대에 별볼일 없는 2층 건물을 패셔너블하게 개장했다. 중요한 것
은 두집다 남자는 출입금지.
여자들을 위한 술집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얘기가 ‘케네디’
오픈할 때처럼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술집을 그따위로 해서 안망해 먹
으면 간장을 빼겠다는 기존 물장사들부터, 아니다 어쩌면 ‘왕마담’이
또 한번 허를 찔러서 녹아 날지도 모른다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어쨌
든 이런식의 모험식 사업아이템은 절대 개나 걸이나 윷으로 결과가 중간
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모 아니면 도인 것이다.
가게는 이름 그대로 폭풍을 일으켰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이름
을 지어준 Mr.J에게 감사했다.
‘케네디’때에도 그랬지만 50%는 가게이름에서 승부가 났다. 우연인
지 모르지만 ‘폭풍의 언덕’이라는 타이틀은 수많은 여자들에게 낭만과
충격을 동시에 주는 타이틀이었다. ‘히스 클리프’를 모르는(책을 읽
지 않은) 여자들도 비오는 밤 폭풍의 언덕에서 술을 마신다는 상상은 어
쩐지 흥분이 되는 모양이다.
낮에는 미시족의 주부들과 물장사 계통의 여자들이, 저녁시간엔
OL과 어디선지 모르지만 돈이 있는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패를 지어
몰려왔다.
남자가 없으면 쓸쓸하고 살 맛 없는 세상이긴 하지만 가끔
은 남자들 눈초리에 신경안쓰고 술에 취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말하자면 ‘폭풍의 언덕’은 절대수 부족에서 성공했다. 여자들끼
리 남자시선 의식 않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의 절대수 부족.
그녀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서 편지를 썼다. 에서 만나 하루저
녁 얘기를 나누었던 그 남자에게.
‘Mr.J에게’.
내 마음대로 장재인씨를 Mr.J라고 부르겠습니다. 지난 봄 에서
의 만남은 나에게도 무척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습니다.
에 갔던 것은 내 마음의 충격(개인적인 사건이라….)을 달래고 에펠탑이
나 개선문 같은 것을 보면 뭔가 물장사의 아이디어가 번뜩일거라 생각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를 거닐며 개인적 아픔을 달래는 데는 그
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은데 물장사엔 전혀 도움이 안되더군요. 그때 생
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Mr.J가 쨘∼, 우린 그날밤 데이트(?)를 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