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연출가로 거듭나기♣
기사입력 1996년 09월 17일 14시 07분
**"가장 한국적인 작품 만들겠다" **'춘향이 없는 춘향전 사또 96' 공연 지난 4월 연극배우로 데뷔, 관심을 모은 김용만씨(49)가 또 다시 연극연출가로 가을무대에 명함을 내밀어 대학로의 화제다.
계에서 실력있는 작곡가 겸 지휘자로 잘 알려져 있는 그가, 배우로 나섰을 땐 한번쯤의 외도(?)려고 생각했으나 이젠 그의 연극에 대한 열망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게 된 것.
그는 극단 민예가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마로니에극장(744-0686)에서 공연하는 `춘향이 없는 춘향전 사또 96'(장소현 작)의 연출을 맡아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구성한 세태 풍자극으로 에서 공부한 우리전통의 선-색-음을 조화시켜 가장 한국적인 연극으로 만들어보이겠다는 것.
"지난 3년 동안 연극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국공립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반공무원 역할에서 오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고통도 많았죠."
고민 끝에 김씨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극단 연우무대의 `날 보러와요'(김광림 작, 연출)에서 극중 김반장역으로 출연,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수사관의 역할을 맛깔스럽게 형상화해 배우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연기는 그동안 쌓은 삶의 부피가 극중에 실려 극의 완성도에 큰 도움을 준다는 평을 들었다.
한편 `날 보러와요'는 올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돼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773-8960)에서 평일 오후 4시, 7시30분, 토 일 오후 3시, 6시30분 재공연된다.
김씨는 음대를 졸업했다. 이후 전임 지휘자, 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부산 시립관현악단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음악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그는 반공무원의 신분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스러운 활동을 하고 싶었던 게 연극인으로 변신한 계기. 여기에는 연출가 김광림씨의 도움도 컸다고 말한다.
김씨는 젊은 연극인들처럼 `스타로 떠야겠다'는 조바심 같은 것은 없다, 자신이 공부해온 음악의 영역을 확대하는 작업으로 연극의 길을 선택, 좋은 작품 만들기에 전념할 생각.
지난 4월 연극계 데뷔한 이래, 총수입이 겨우 1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김씨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매우 기분이 좋다"며 텁텁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