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마술사] 포커 (50)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5시 31분
## 필승전략“없으면 안잃는다” 10일후면 추석이다. 이날만큼은 가족-친지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야 할텐데, 어느해고 거의 예외없이 모였다하면 포커요, 고스톱판이 벌어진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오락을 즐기는 것이야 탓하기 어렵겠지만, 간혹 제법 큰 도박판으로 변해 타격을 받는 사람들도 생긴다. 즐거운 추석에 도박으로 기분이 상한다면 어찌될까? 추석때 남의 돈을 따는 사람도 문제지만, 많이 잃는 것은 더 큰 문제. 지난해 추석때 잃은 돈까지 복구하겠다고 잔뜩 주머니돈을 챙기는 하수 여러분께는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필자도 명절이 되면 집안의 친지들과 모여 포커를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가족 멤버중 제일 하수는 큰 형이다. 그래서 형은 늘 동생들에게 용돈을 나누어준다(?)는 마음이신지 포커전의 결과는 100전 100패.
그런데 한번은 추석때 큰 형이 "오늘은 필승 전략을 갖고왔다"고 큰 소리를 쳤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과 실력으로 미루어볼 때 "전혀 불가능한 말씀"이라고 되받았지만, 큰 형은 계속 호언장담. 결국 그 말은 허풍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었는데…, 게임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큰 형의 고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큰 형은 시종일관 싱글벙글이다. 그러기를 2시간쯤.
마침내 큰 형이 올-인(전부 잃는 것)을 당했다. 아래 형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 필승전략이 있다면서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큰 형은 "이게 바로 내 필승전략이야, 오늘은 돈을 조금밖에 안가지고 왔거든. 더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어. 미안하다 아우들아, 하하하…"하며 파안대소.
`봉'이 빠졌으니 아쉽지만 그날 게임은 끝. 그런데 말도 안되는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는 큰 형의 전략은 사실 제갈공명을 뺨치는 멋진 전략이었음을 다음의 포커명언이 증명하고 있다.
"If you don't have it with you, you can't lose it.(없으면 잃지 않는다)"
< 이윤희·`포커,알면이 길수있다'저자 >
